한국항공대학교 신문사의 수습기자로서 처음 써보는 칼럼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고심 끝에 주제를 정했지만, 과연 다뤄도 될 내용인지 고민을 또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우리 학교의 사람들이 형제자매가 있다면 적어도 ‘나’처럼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이라고, 행복과 슬픔이 공존한다. 하지만 그 슬픔이 해결될 수 없는 슬픔일 때, 그것은 배가되어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는 삶에 있어 터닝 포인트를 가진다. 그것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필자와 같이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서는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비누로 머리 감기’ 혹은 ‘일정량의 물을 받아놓고 사용하기’ 등 아주 특이한 숙제를 내주시고는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그 특이한 숙제들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의 나는 지구온난화가 정말 큰일이고,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온난화를 막지는 못할지언정 차근차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면 막을 수 있다고, 또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고 진학, 내신, 수능, 학점, 그리고는 취업까지 점점 가혹한 현실
자정이 넘은 2시에 잠이 들어 5시에 일어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책상에 앉는다. 1시간 정도 공부를 하다보면 어느새 해가 고개를 배꼼 내민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 아침을 먹고 난 뒤, 가방을 챙겨 자습실로 향한다. 유자차를 타 마시고, 양치를 하고, 8시까지 신문을 읽으며 바깥세상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가량 공부를 하고 나면 수업을 들으러 갈 시간이다. 3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것은, 바로 나의 수험생 시절 ‘루틴’이다. ‘루틴(ro
평소에 더러운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인 필자는 종종 대청소를 한다. 대청소라고 해봤자 두세 평 남짓의 내 방을 청소하는 것이지만, 들이는 시간과 청소 후에 버리는 물건을 보면 ‘대(大)’청소라고 해도 무방한 듯하다. 가장 청소가 잘 되는 때는 시험기간 자정 즈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무언가 잔뜩 쌓여 공부할 맛이 안 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청소를 시작한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그 조용한 밤에 혼자 땀을 흘려가며 청소를 하다보면, 혼잣말로 이런저런 말을 내뱉곤 한다. ‘이런 게 있었네’, ‘이건 왜 샀지’, ‘언젠간 쓰게 될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6.25전쟁 직후 일인당 국민 소득 100달러로 가난했던 나라가 ‘빨리 빨리’ 근성을 통해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빨리 빨리’ 근성이 이뤄낸 한국의 기적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빨리 빨리’ 근성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인터넷 속도나 인터넷뱅킹을 모바일로 진행하는 시스템 등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빨리 빨리’는
세상의 모든 관계를 어느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 간의 관계, 인간 내의 관계, 인간과 사물 또는 동물 간의 관계 등 관계의 주체는 매우 다양하다. 간과 내의 개념부터 시작되는 관계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숨어있다. 수많은 관계 중 이번 칼럼에서는 인간 간의 관계를 다루려고 한다. 어쩌면 인간 간의 관계는 한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고민해나갈 끝없는 난관이니까.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나간다. 세상 속 모든 사람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연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족의 연을 맺은 아이가 시간이
“며칠 전에 취직 시험을 봤는데, 그 때 ‘원고지 4매 이내로 자기 자신에 관해 설명하시오’ 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도저히 원고지 4매로 저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불가능하지 않나요. 혹시 그런 문제를 받는다면, 무라카미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프로 작가는 그런 글도 술술 쓰시나요?” 어느 날,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한 통의 메일이 온다. 여느 취업 준비생과 다를 바 없는 한 독자가 이른바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무라카미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이에 대한 무라카미의 대답은 사
시간에 민감한 항공답게 항공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시간개념이 존재한다. 출발과 관련해서는 STD(Scheduled Time of Departure)와 ATD(Actual Time of Departure) 등이, 도착과 관련해서는 STA(Scheduled Time of Arrival)와 ATA(Actual Time of Arrival)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시간 개념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 중에서도 도착과 관련된 시간 개념들, 특히 ETA(Estimated Time Arrival)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STA는
“…그런데 인(仁)을 구성하는 여러 덕목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가 되고, 형제에게 미치면 우(友)가 되며, 남의 부모에게 미치면 제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된다. 사랑이 또 자녀에게 이르면 자(慈), 남의 자녀에 이르면 관이 되고, 나아가 백성에까지 이르게 되면 혜가 된다. 효우제충(孝友悌忠)과 자관혜(慈寬惠)를 성실하게 실천하면 공·경·신·민·서는 자연히 그들 속에서 생기게 된다.” 위 문장은 논어에 수록된 공자의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仁)’에 대한 설명이다. 흔히들 동양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2011년 작품, . 이 영화는 1920년대 낭만적 파리에 매료된 한 시나리오 작가(길 펜더)가 소설을 집필하면서 겪는 방황과 고민을 담고 있다. 잘 짜인 각본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등 여러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임에도, 94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에 담긴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인 ‘길 펜더’는 예비 장인어른의 파리 출장을 따라가 약혼녀 ‘이네즈’와 파리 곳곳을 즐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여러 개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전처 살인사건,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가족 살인사건, 거제도 살인사건, 예비신부 살인사건 등 충격적인 살인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이러한 살인사건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참으로 잔인하고 무섭다. 또한 PC방, 예비신부와 거제도 살인사건의 경우 우발성이 강한 사건이지만 전처와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가족 살인 사건의 경우 계획성이 더욱 강한 사건이다. 이러한 살인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기력하고 어두운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힘없는지 보여주
(지난 호에 이어서) 항법이란 비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항공에 사용되는 항법을 공중항법이라고 일컫는데 큰 제트여객기든 작은 세스나 경비행기든 이는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게다가 자동차를 타고 길을 찾는 것과, 공중항법의 근원이 되는 해양항법과는 환경이 다른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항공기는 3차원 상 공중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정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기상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경에 따라 계기의 정확도가 감소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21세기에 오래 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유병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덜 건강한’ 삶을 살게 됐을까. 과거에는 없거나 부족했던 것들이 지금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가 먹는 것, 쓰는 것에서 문제점들을 하나 둘씩 찾아보려 한다. 21세기 대학생들의 건강신호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학생들은 대부분의 끼니를 편의점 음식이나 배달음식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항공기들은 모두 제트엔진을 장착한다. 왕복기관을 사용하는 항공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여전히 많이 쓰이며,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엔진의 기초가 되는 만큼 왕복기관을 이해하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왕복기관을 운용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왕복기관의 중요한 특성은 흔히 노킹이라고 알려져 있는 데토네이션(Detonation)과 MBT(Minimum advanced for Best Torque)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대표음식 초밥. 우리나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김치이듯이, 일본의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초밥이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되어 기원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초밥의 형태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쿄의 긴자에는 수많은 초밥장인들이 모여있다. 아라키 미쓰히로 씨도 긴자에서 초밥을 만드는 장인 중 한명이다. 그는 그의 스승인 니이쓰 다케아키 씨를 따라 그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 반드시 긴자로 진출해 가게를 내겠다고 마음먹는
청주 음주운전 역주행 사건, 한 20대 여성이 음주를 하고 역주행을 하여 60대 부부가 운전하는 차를 들이받아 한 가정을 풍비 박살낸 사건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여성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일의 판결만을 내렸다.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자, 시민들은 대신하여 피의자의 가게로 찾아가 마케팅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던가 하는 등의 나름대로의 응징을 가했다. 다른 사건을 한 번 보자. 송도 불법주차 사건, 단지 내 불법주차를 했다는 이유로 차량에 스티커를 부착하자
누구나 그렇듯, 나에게도 우상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에는 모교의 수학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미국 드라마 의 주인공인 ‘윌 맥어보이’가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수학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게 많으셨고, 성품 또한 온화하시기에 좋아했다. 윌 맥어보이의 화려한 언변과 논리적인 모습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이러한 동경심의 밑에는 부러움과 나는 못났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게도 저런 능력과 모습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결국 나의 우상을 본받고 닮아
얼마 전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온 친구와 술잔을 기울였다. 간만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한마디를 날렸다. “너도 밑바닥을 한번 찍어봐야 된다니까.” 군대를 전역하고 나름 막 살았다면 막 산 친구의 조언이었다. “야, 내가 미쳤냐? 여기서 더 밑바닥 찍으면 인생 어떻게 사냐? 난 벌써 지하까지 찍었다.” 친구랍시고 조언한다는 게 말 같지도 않아서 한 소리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그럼 그 지하에서 바닥을 찍어봐”라고 헛소리를 지껄였다. “미친놈.” 워낙 둘이 만나기만 하면 헛소리나 해대며 술 마시는 게 낙이라 딱
“만약 그때 이렇게 행동했었더라면…….” 우리는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할 때가 있다. 주위에서는 과거는 잊고 앞으로 만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할 때가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후회할만할 일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현재의 내가 선택했던 선택이 아닌 그때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선택지에 대해 꿈꿔본다는 것이다. 선택이라는 것은 철학에서도 중요한 논제이다. 선택에 대해서 가장 인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학문은 실존주의라 할 수
남자라면 어렸을 때 친척들에게 ‘장군감이다.’라든지 ‘대장부답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꽤나 있었을 것이다. 대장부라는 단어는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뜻에 걸맞게 강인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뭔가 상당히 점잖고 어른스러우며 묵직한 느낌이 든다. 여자에게 쓰는 ‘여장부’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지만 남성스러운, 남자 중에서도 점잖은 남자에게서나 보일 법한 느낌의 소유자라는 인식을 주는 단어다. 그렇다면 ‘대장부’라든가 ‘여장부’의 조건은 무엇일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뭔가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장군의 이미지가 그려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