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유래없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이럴 때 사람들은 피서(避暑)를 간다. 18세기 청나라 황제는 피서를 위해 피서산장(避暑山莊)을 지었다. 오늘날 피서산장은 중국인들에게 인기 여행지이지만, 우리에게는 좀 다른 이유로 한번쯤 가 볼 만한 곳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주무대가 바로 이 피서산장이기 때문이다. 1780년(정조 4) 연암 박지원(朴趾源)은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 축하를 위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북경에 간다. 당시 중국사절단은, 한양을 출발하여,
국내 극장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컬처플렉스 극장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컬처플렉스란 영화 관람 외에 게임, 레저, 쇼핑, 외식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을 의미한다. 즉, 복합상영관을 의미하는 멀티플렉스에 ‘문화’라는 가치를 더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 영화관 내부 역시 기존의 단순한 좌석형 공간과는 많이 달라졌다. IMAX, 4D 등 몰입형 기술을 적용한 상영관은 물론 다양한 콘셉트를 갖춘 특별관이 등장했다. 전국 4500여개의 상영관 중에 특별관
평소 미술 작품을 좋아해 자주 전시회를 찾는 A씨는 최근 관람객들의 ‘인증샷’ 열풍에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A씨는 “놀이공원에 온 것 마냥 여러 명이 시끄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사람들이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관람객들의 인증샷 덕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끄는 전시회가 있기도 하다. 달라진 전시회 관람 문화, 그 빛과 그림자를 비춰본다. 가까워진 전시회에 늘어나는 관람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시회의
평소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항공기의 모습은 사진이나 영상 속이다. 항공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때 공항에서도 볼 수 있지만 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 이상은 보기 힘들다. 지나가는 항공기를 볼 수는 있지만 형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뿐 가까이에서 보기는 쉽지 않다. 생각보다 가까이서 보기 힘든 항공기. 가까이서 비행하는 항공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하늘공원이 이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하늘정원은 인천공항 활주로 33R, 33L 바로 앞에 위치해있는 정원으로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가까
이번 학기가 시작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글쓰기」 수업에 들어가 보니, 몽골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리비아 학생도 있었다. 그 사이에 흑인 학생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흐마트 디모’라는 학생이다. 검은 피부색이나 꼬불꼬불한 머리카락 그리고 날렵하게 잘 빠진 몸매가, 그가 정통 아프리카 흑인이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맑은 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20대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흔히 아프리카 어린이들 사진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는 그런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착하고 순진해 보였다. 아직 소년티
실크로드는 시안에서 시작해서 로마에 이르는 장대한 중세 무역로이다. 시안을 출발하여 란저우를 거쳐 둔황에 이르면 한족문화와 회족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혼합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신장(新疆) 지역 깊숙이 자리 잡은 투루판에 이르면 이제 회족문화가 한족문화를 압도한다. 문화가 달라지는 만큼 기후와 풍광도 따라서 달라진다. 투루판은, 해수면보다 280m 낮아 사해(死海) 다음으로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분지여서 투루판은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투루판의 더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시대를 풍미하며 최고급열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새마을호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4월 30일, 익산에서 출발한 제1160호 열차가 용산역에 도착함과 동시에 유선형 새마을호의 모든 운행이 종료되었다. 새마을호는 1969년 관광호라는 명칭으로 운행을 시작해 서울부터 부산까지 단 두 개 역만을 경유하며 5시간 45분 만에 주파하는 최고급열차였다. 한 편성을 도입하는데 당시 돈으로 2억여 원이 들었으며, 당시 에어컨까지 구비될 정도로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짜장면이 500원 하던 시절 서울-부산 운임이 12,400원에 달할 정도로 고
어린 시절 우리 집 서가 한 켠??빙?뼈繭遮?소설이 꽂혀 있었다. 1976년에 신문출판사에서 발행한 상하합본 완역판이다. 앞표지에는 제법 멋을 부린 일본여성이 벤치에 앉아 웃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고, 뒤표지에는 구도를 고려한 것 같지 않은 설산(雪山) 사진이 실려 있다. 어디를 보나 품위 있는 책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 품위 없는 책이, 당시 책께나 읽는 집 서가에는 한 권씩 꽂혀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당시에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점가를 풍미한 소설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각
에치코 유자와를 빠져나와 니가타와 아키타를 거쳐 오 노 본선 열차를 타고 가나기로 향했다. 가나기…….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이다. 쓰가루 지방의 몰락 귀족의 후예로 전 후 일본의 상처를 대변했던 작가다. 1940년대 초, 일본인 들은 제국주의 전쟁의 광풍(狂風) 속에서 수많은 비인간적 행위를 자행하면서도 고개를 숙일 줄 몰랐다.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일왕(日王)의 처참한 목소 리는 그러한 일본인들의 정신을 공황 상태로 내몰았다. 이 때 다자이는 한 개인의 절망을 절망 그대로 솔
설 명절에도 해외여행 인파 급증 올해 설 명절 기간에 국내보다는 해외여행 수요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9일, 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이 이번 설 명절 기간 항공권 예약 기록 6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설 명절 기간보다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209% 급증했다. 올해 설 명절 기간 국내 항공권 예약 건수는 작년보다 37.5% 하락했다. 여행사의 경우도 같았다. 2월 11일, 해외여행 업체인 하나투어의 해외 단체여행상품으로 올해 설 연휴 기간동안 출발할 예약 인원은 약 45,000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기간의 3
지난 겨울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동북부 지방을 거쳐 북해도 끝까지 두루 둘러보았다. 북구(北歐)와 같은 눈경치로 유명한 지역이니만큼 눈을 실컷 보고 싶었다. 나는 나이 쉰이 넘었어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여전히 눈이 좋다. 명색(名色)이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눈 구경을 가는 참에 다른 근사한 구실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 싶다. 해서 겸사로 구실 삼아 눈의 마을을 대표하는 일본의 세 작가에 대한 문학적 탐색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 「빙?뮌?미우라 아야코…&h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이 개최되었다. ‘Wine Media THE LABELBOOK’과 ‘The Healing Post’, ‘㈜월드전람’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국내‧외 와인, 주류 유통 및 마케팅 활성화 지원 ▲와인주류 문화 정착에 관한 지속적 홍보 및 소비시장 증대 ▲국내 와인 주류산업의 대중적 이미지 제고 ▲제조업체와 기업 간의 교류 및 소비촉진 증진사업이라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동안의 와인은 특별한 날에, 고급스러운 분위기
“향기로운 MJB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이십여 일이나 됩니다.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오고 체신부는 이따금 ‘하도롱’* 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이상(李箱)은 1935년 「산촌여정(山村餘情)」의 서두를 이렇게 썼다. 「산촌여정」은, 폐병을 앓던 이상이 요양을 위해 친구의 고향인 평안북도 성천에 갔던 경험을 쓴 수필이다. 신문, 하도롱과 더불어 MJB(커피)는 도시를 상징하는 어휘들이다. 신문이 오지 않을 정도로 궁벽한 성천에서 하도롱 빛의 도시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이상의 모습이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그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과거의 유행이 또 다시 유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기와 상관없이 꾸준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가 있다. 바로 복고문화이다.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늘고 길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다는 점이 복고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복고라고 하면 빵집에서 소개팅을 하던 시절이나, 연인끼리 손잡고 즐기던 롤러장, 또는 촌스러운 패션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복고의 범위가 그 때 그 시대에만 국한된다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
1. 노인탁 기자가 추천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러셀크로우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한 음악, 그리고 리들리 스콧의 완벽한 연출이라는 3박자가 적절하게 잘 버무려진 이 영화를 항공대생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 정벌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다뉴브 강가의 전투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막시무스(러셀크로우)는 그간의 업적으로 인해 황제의 총애를 받아, 다음 왕위의 후계자로 정해진다. 이에 격분한 코모두스(황제의 아들)는
서울시가 11월 첫째 주 소상공인 주간을 맞아 11월 4~5일 이틀간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푸드트럭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푸드트럭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 푸드트럭의 날’은 2014년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이후 열악한 환경에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푸드트럭 상인들이 그동안 이용해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마련한 자리다. 서울시는 2015년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시작으로 현재 반포·여의도 한강공원, 청계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6곳에서 영업기회를 제공하고, 푸드트럭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다.
시안, 란저우, 자위관(가욕관, 嘉峪關)을 지나면서 풍경이 바뀌고, 도시 외관이 달라졌으며, 무엇보다 중국 한족(漢族)과는 다른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안은 한족 문화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는 도시이다. 란저우에 오니 회교도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침에 역 앞에서는 회교도들이 분주히 회교도 음식 ‘란’을 팔고 있었다. 한족들도 그것을 즐기는 듯했다. 자위관에 이르자 낯선 사막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하늘 아래 지평선이 펼쳐졌다. 본격적으로 비단길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둔황(敦煌
약 10년 전부터 커피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 처음에는 볶은 원두커피를 사다가 갈아서 내려 마셨다. 콜롬비아 수프리모,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하와이언 코나, 예맨 모카 마타리…….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의 맛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생두를 직접 볶아 마시기로 결정했다. 생두를 수망핸디로스터기에 넣고, 그것을 센 불 위에서 쉬지 않고 흔들어주면 약 10분 쯤 지나서, 타다다닥하고 콩 볶는 소리가 나면서 그윽한 커피향이 세상에 퍼진다. 이른바 1차 크랙이다. 그리고 약 5분쯤 약한 불 위에서 흔
지난 8월 28일 가수 조동진이 저 언덕을 넘어갔다. 향년(享年) 70세. 언제부터인지 그의 이름 앞에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 ‘겨울비’,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어떤 날’ 등의 노래들은, 우리시대 젊은이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의 숨결이었다. 조동진은 가수로서도 그러하지만, 프로듀서로서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을 발굴하여 키웠고 선배가수로서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록그룹 ‘들국화’, 하덕규와 함춘호가 결성한 듀오 ‘시인과 촌장’,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