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휘권 편집국장

(지난 호에 이어서)

  항법이란 비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항공에 사용되는 항법을 공중항법이라고 일컫는데 큰 제트여객기든 작은 세스나 경비행기든 이는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게다가 자동차를 타고 길을 찾는 것과, 공중항법의 근원이 되는 해양항법과는 환경이 다른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항공기는 3차원 상 공중에서 비행하기 때
문에 정지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기상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경에 따라 계기의 정확도가 감소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에
다른 길 찾기나 항법에 비해 더욱 까다로운 것이다.
  항법을 수행해 나가면서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우선 항공기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현재 항공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후 기수방위(Heading)과 고도를 결정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남았는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연료는 얼마나 소모되는지를 결정해야 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예전에는 여러 장비를 동원해서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만 했지만 최근에는 FMS(Flight Management System), GPS 등 다양한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더 편리하고 정확하게 항법을 수행할 수 있다. 이번에는 항법, 그 중에서도 위치의 중요성과 추측항법(Dead
reckoning), 그리고 ETP(Equal Time Point)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결국 항법은 간단히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가야할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목적지까지 항공기를 신속, 정확하게 이끌어 가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결국 위치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알고 있는 지점으로부터 상대 위치를 우선 정해야 한다. 별을 참조물로 삼는 천문항법이나, 참조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항행하는 지문항법은 천체나 지형지물을 확인하여 그로부터의 상대 위치를 결정한다. 이보다 발전한 무선항법, 위성항법을 사용할 경우 무선항행시설을 참고하거나 위성으로부터 수신되는 정보를 이용하여 위치를 결정한다. 관성항법(INS, Inertial Navigation System)을 활용할 경우 항공기에 설치된 자이로(Gyro)를 통해 항공기의 가속도를 계산하여 위치, 자세 변화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항법의 종류에는 지문항법, 추측항법, 천측항법, 무선항법, 관성항법, 위성항법 등이 있다. 요즈음에는 기술의 발달로 GPS를 이용한 위성항법이 정확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VOR/DME 등의 무선항행시설을 이용한 무선항법도 GPS와 함께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관성항법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이고 이번에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추측항법이다. 추측항법은 속도, 시간, 바람 등 항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계산하여 그 값을 토대로 추측하여 항행하는 것을 말한다. 추측항법으로 위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구할 필요는 없다. 그 중 몇 가지만 알아도 계산할 수 있다. 요즈음은 GPS의 발달로 굳이 사람이 계산하지 않아도 정확한 위치를 얻을 수 있지만, 혹시 위성항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나 항로를 계획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ETP는 출발공항과 도착예정공항 사이에서 출발공항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계속 비행하여 도착예정공항까지의 소요시간이 같아지는 점을 말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단순히 총소요시간의 반이 되는 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아무런 외부적 영향이 없다면 가능하겠지만, 기상 등의 외부적 요소 때문에 출발공항과 도착예정공항의 정확히 반이 되는 지점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항로상에서 바람이 항상 정풍으로만 분다면, ETP는 도착예정공항 쪽으로 좀 더 가까워 질 수도 있고, 항상 배풍으로만 분다면, ETP는 출발공항 쪽으로 좀 더 가까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ETP의 산출 이유는 특히 장거리 비행을 계획할 때 항공기에 이상이 발생되었을 경우, 돌아갈지 말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출발공항이나 도착예정공항, 대체공항의 기상이나 정비조건에 따라 ETP를 지나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는 만큼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사항은 아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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