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산유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러시아가 반대의 원유정책을 내놓으면서 원유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 사우디는 지난달 본래 계획했던 원유 증산을 감산으로 바꾸었고, 러시아는 증산정책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세계최대산유국인 사우디의 감산정책에 반대하며 원유시장의 변동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국가의 충돌 그 배경은?

  당초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정책이 다른 것은 시장 불균형에 대한 두 국가의 엇갈린 해석 때문이다. 이전부터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가를 안정시키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이에 사우디는 큰 불만을 드러내어왔다. 세계최대산유국인 사우디에게는 유가 상승이 자국에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일 사우디 자국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몰리게 되면서 사우디는 원유생산량을 약 100만 배럴 증산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카슈끄지 피살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면서 사우디는 미국에 의존해야했기 때문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상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란원유제재 복원에 따른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하여 이란 원유시장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8개국을 예외로 인정하기도 하였다. 이는 이란의 원유 공급량을 늘려줄 수 있는 조치로, 사우디는 이에 대해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유가전문가들 또한 시장의 수급균형을 위해서는 최소 일일 10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국제유가도 이러한 성향을 반영해 급락세를 보이자 사우디는 증산계획을 번복하고 감산을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었다.

러시아의 경우 사우디와는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사우디와 다르게 일일 생산량을 30만 배럴 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장이 내년 공급과잉 상태가 될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시장의 불균형은 단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 재정의 손익 분기점이 되는 유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러시아가 굳이 감산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유가의 하락으로 자국의 재정에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감산은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이다.

 

원유 시장 불균형의 원인과 그 영향은

  원유 시장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가격하락으로 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의 원인을 앞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OPEC(석유수출기구)의 원유 수요 감소 전망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12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이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으로 희망한다.”라며 “유가는 공급량에 근거해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고 사우디를 압박하였다.

  또한 OPEC는 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근거로 올해와 내년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각각 기존의 120만 배럴에서 각각 116만 배럴, 113만 배럴로 하향조정하였다. 경기가 둔화되면 제조업의 생산이 흔들리게 되어 원유에 대한 수요도 줄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경고와 OPEC의 경기 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겹쳐 국제 유가가 급락하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 원유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미국 정부가 경기 개선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높은 가격의 유가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시장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이란 원유거래 차단에 대해 8개 국가에 원유거래를 허용한 것도 유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감산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이상 OPEC와 사우디가 감산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원유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입국의 경우 국제유가의 하락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수입국 기업들이 원유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심해질 경우 중동 등의 원유 수출국의 경제가 흔들려 수출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회원국들과 러시아는 12월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앞으로 6개월간의 원유 공급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즉 사우디와 러시아의 정책에 대한 엇갈림도 이날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원유 공급 정책에 대한 OPEC와 러시아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원유시장은 계속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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