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규영 기자

  최근 우리나라에는 여러 개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전처 살인사건,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가족 살인사건, 거제도 살인사건, 예비신부 살인사건 등 충격적인 살인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이러한 살인사건의 내용들을 들어보면 참으로 잔인하고 무섭다. 또한 PC방, 예비신부와 거제도 살인사건의 경우 우발성이 강한 사건이지만 전처와 헤어진 여자친구와 그 가족 살인 사건의 경우 계획성이 더욱 강한 사건이다. 이러한 살인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기력하고 어두운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힘없는지 보여주는 가장 큰 예가 전처 살인 사건이다. 전처 살인 사건의 가해자는 약 20년간 아내와 자식에게 가정폭력을 휘두른 사람이다. 또한 이혼 후에도 아내의 차에 위치 추적 장치를 달고 흥신소를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쫓아다니며 아내를 괴롭혔다. 이 아내는 이혼한 후 여섯 번이나 이사를 다니며 전 남편을 피해 다녔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고 살인을 계획할 동기를 만들어 살인하기까지의 약 20년의 기나긴 시간동안 우리 사회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은 약 4일에 한번 꼴로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그런데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격리조치가 되기 쉽지 않다. 격리조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치를 어겼을 경우 받는 처벌 수위는 과태료 정도일 뿐이다. 전처 살인 사건 피해자의 자식 역시 국정감사에서 가해자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보복이 두려웠다고 대답하였다. 이는 가해자를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지 못하다는 무기력한 사회를 보여줄 수 있는 대답이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처럼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해 의무체포제를 시행해야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전처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의 무기력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국민의 분노와 엄벌요구가 더 큰 것은 오히려 우발성이 강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청원자가 10일간 약 1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가장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순간적인 분노가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졌다. 이는 국민들에게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을 더해주었다. 또한 가해자가 흉기로 피해자의 안면에만 32번을 휘둘렀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전처 살인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는 법을 바꾸고 처벌을 강화하여 안전망을 더 강하게 구축할 과제가 있다. 그러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살인을 막기 위한 안전망 구축의 과제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제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우발적인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줄어들어드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또한 수많은 경쟁으로 인해 사람들의 이기심은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나아가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피해의식 등이 개인의 스트레스로 작용해 범행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노에 의한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분노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사회 시스템 구축과 학교나 단체 등의 분노 해소법 교육 실시 등의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분노가 일상화 된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 전체가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제도적인 처벌 강화 뿐 아니라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화로 가득 찬 무기력한 사회가 아닌 국민들이 모두 이웃이 되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