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A(Estimated Time Arrival), 그리고 해설

손휘권 편집국장

  시간에 민감한 항공답게 항공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시간개념이 존재한다. 출발과 관련해서는 STD(Scheduled Time of Departure)와 ATD(Actual Time of Departure) 등이, 도착과 관련해서는 STA(Scheduled Time of Arrival)와 ATA(Actual Time of Arrival)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시간 개념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 중에서도 도착과 관련된 시간 개념들, 특히 ETA(Estimated Time Arrival)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STA는 도착하기로 예정된 시각이다. 우리가 스케줄 표에서 볼 수 있는 도착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실제 기상이나 공항 등의 사정에 따라서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게이트에 Block in을 해서 Flight log에 적힌 실제 도착시간을 ATA라고 한다. 만약 스케줄상의 도착시간과 Flight log에 적힌 시간이 일치한다면 STA와 ATA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TA는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다. 현재의 항공기, 기상, 그리고 공항 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 일도 없고, 기상조건도 좋다면 ETA와 STA, 그리고 ATA는 일치할 것이고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ETA가 STA보다 늦어진다면 지상에서는 이에 따른 준비를 미리 해야 할 것이고, 결국 ATA가 STA보다 늦어진다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3주에 걸쳐 항공과 관련된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해 보았다. 제목만 봐도 짜증이 나서 읽은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다음 내용을 읽기 전에는 한 번 정도 다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난 세 번의 강의는 각기 다른 주제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소재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고, 더욱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던 점은 양해를 구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시련들을 경험한다. 어쩌면 혹독하리만치 가혹한 시련들은 아직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가스가 ‘MBT’에서 터지듯 적절한 시기에 대처하기 보다는 ‘데토네이션’처럼 터져야 하지 말 때 터지기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때로는 너무 큰 것을 잃기도 하고 회복이 불가능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우리는 지금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결과에 너무 얽매여있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우리기에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우선적
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위성항법’처럼 정확하게 파악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추측항법(Dead Reckoning)’을 시작해야 한다. 타
격을 입은 그 순간에는 누구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다. 그 타격이 더 클수록 이성을 잃을 가능성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때 누가 냉정하게 목적지까지의 길을 설정하는가에 성패는 달
려있다.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다. 가는 동안에 지금까지의 바람보다 더 강력한 바람이 불어올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순간에 이 행위를 하는가 안하는가의 차이는 매우 크다. 혹시라도 지금 자신의 위치가 ‘ETP(Equal Time Point)’를 훌쩍 지났을 수도 있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더 후회될 수도 있다. 비록 그럴지라도 목적지를 향해 계속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나의 손을
떠난 일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다시 돌이키려고 하는 것 보다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으로 그 타격을 상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이렇게 가다보면 ‘ETA’는 ‘STA’보다 늦어질 수 있다. 그래도 결국 ‘ATA’가 STA보다 빨라지거나 같아진다면 다행이지만 늦어진다면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우리는 주로 ETA가 STA보다 늦어졌기 때문에 ATA는 STA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경우에 ATA를 STA보다 같거나 빠르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쓸데없는 걱정은 집어 치우고 일단 가보자. 어쩌면 ATA가 STA보다 같거나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간 편집국장을 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던 코너는 바로 이 행주산성이었다. 주제도, 형식도 상관없이 온전히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다른 신문들처럼 정치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같은 것도 쓰고 싶었고 아직 쓰고 싶은 주제가 많이 남았지만, 학보인 만큼, 같은 대학생인 만큼 지금 우리의 삶에 대한 고민에 대해 적고 싶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주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나이기에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고민을 나누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젊은 꼰대’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만큼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어쩌면 비관적으로까지 행주산성을 썼던 것 같다.
  지금까지 쓴 행주산성을 읽어보면 꼭 남에게 이야기 하는 것 같지도 않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첫 행주산성의 제목은 ‘일기’였다. 이 코너를 마치 일기장 삼아 학우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인생의 고민들을 적어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다보니 올해의 행주산성은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하는 삶의 다짐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그런 글들을 써내려간 것 같다. ‘일기’라는 제목에서 비롯되듯 평소에 느꼈던 것들, 지나보니 후회되는 것들을 적어나가면서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일종의 각오나 다름없었다.
  지난 1년간 편집국장을 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고, 그리고 잃었다. ‘데토네이션’해본 적도 있고, ‘ETP’를 지나서야 ‘위치’를 알기도 했다. 한 번도 내 기사에 만족해본 적이 없고, 만족한 호도 없었다. 할수록 지쳤고, 때려 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 신문에 그 많은 노력을 쏟아 붇고 이리저리 치이는 것도 서러웠다. 이 일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했고, 내 인생의 ‘ETA’는 항상 ‘STA’를 넘어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 경험이 나의 ‘ATA’를 늦출지는 몰라도, 내 나이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것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뿌듯함보단 아쉬움이 더 남는 신문사 생활이지만 이제 글을 끝내야만 할 때다. 끝으로 국장 잘못만나서 1년 동안 고생한 국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일기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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