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선임기자

  “…그런데 인(仁)을 구성하는 여러 덕목 중에서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이 부모에게 미치면 효가 되고, 형제에게 미치면 우(友)가 되며, 남의 부모에게 미치면 제가 되고, 나라에 미치면 충이 된다. 사랑이 또 자녀에게 이르면 자(慈), 남의 자녀에 이르면 관이 되고, 나아가 백성에까지 이르게 되면 혜가 된다. 효우제충(孝友悌忠)과 자관혜(慈寬惠)를 성실하게 실천하면 공·경·신·민·서는 자연히 그들 속에서 생기게 된다.”
  위 문장은 논어에 수록된 공자의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仁)’에 대한 설명이다. 흔히들 동양철학을 공부할 때 무수히 많은 한자와 그만큼이나 다양한 해석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한자와 그 해석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동양철학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간단하다. 유가의 후대 학자들이 인(仁)을 전덕이니 달덕이니, 중선의 근원 혹은 백행의 근본 등으로 해석했지만, 결국 그 핵심이자 근본은 사랑이라는 가치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다.
  전쟁, 반목, 질투 등 메마른 시대였던 춘추전국시대에는 모순되게도 전쟁이 일어나는 만큼 사상가들의 활동 또한 활발했다.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가도 그 중 하나로,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였다.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혼란스러운 속세를 피해 자연으로 숨어들어간 사상가들도 몇몇 있었지만, 유가는 그 세상 속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바로 인(仁)을 실천하여 도덕적으로 산다면, 평온한 삶을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혼란을 바로 잡고자 했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를 바라보면 어떤가. 전쟁이 잦았던 춘추전국시대만큼이나 현대사회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어있다. 때론 그 갈등은 개인의 사고의 차이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 집단의 가치, 종교에 이르기까지 크나큰 차이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나 현대의 남녀갈등은 절정에 다다르고 있고, 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들어보지도 못한 신의 이름 때문에 사지로 내몰리는 어린아이들이 있다. 비록 지금이 춘추시대처럼 전쟁은 일어나지 않거니와 그 사회가 병들어있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렇다면 이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인(仁)을 실천해야 한다. 공자는 말한다. 인(仁)의 개념을 아는 것보다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리고 인(仁)을 실천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仁)이라는 것은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공자는 남을 사랑하는 것을 인(仁) 실천의 기점으로 삼는다. 즉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인(仁)의 핵심이자 근본인, 바로 이 사랑이라는 가치가 인(仁)의 실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남을 사랑하는 법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듯 하다. 때론 약자를 보고도 돕지 않고, 불의를 보고도 지나치기도 한다. 문제는 한 개인의 이런 행동들이 하나 둘 쌓여 언젠가는 메마르고 썩은 집단, 나아가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 사회는 부패하고, 서로 싸우기에 급급하며, 질투와 시기로 가득차있다. 때문에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마치 어린아이가 발걸음을 배우듯이 남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처음부터 다시금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모두 한번쯤 군자와 소인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것이다. 논어에서 나온 이 단어는, 언뜻 보면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극단적으로 나누어져 있어, 쉽게 말해 군자는 성인에 가까운 사람이요, 소인은 자신의 욕심대로 행동하는 악인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논어에서는 군자와 소인은 단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성향일 뿐이고, 소인은 악인이 아니라 단지 신호를 가끔 어기고, 무단횡단을 하기도 하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혹은 우리 자신이다. 군자 또한 성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잘 조절할 줄 알며, 자신의 소신대로 삶을 살아나가는 그런 사람이다.
  논어에서는 배움을 통해 모든 소인도 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남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소인도, 처음부터 다시금 배워나간다면 남을 사랑할 줄 알고, 곧 인(仁)을 실천하는 군자가 될 수 있다. 군자에 가까워지도록 남을 사랑하라. 몰랐다면 그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라. 그렇다면 언젠간 이 삭막하고 메마른 사회도 변할 것이다. 공자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인(仁)이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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