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카드업계들이 통신회사, 대형마트 등 연매출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에 카드수수료율을 최대 0.3%p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 가맹점들은 소비자가격 인상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카드업계와 자동차업체에서 시작된 카드수수료 분쟁이 심화되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발 물러서는 카드업계

  수수료 분쟁의 시작은 카드업계와 현대자동차간의 수수료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카드업계는 현대차에 0.1%p 가량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으나,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협상을 주도해 결국 0.05%p 인상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분쟁이 어느 정도 잠재워진 것으로 보였지만, 카드업계가 협상 테이블에서 밀리는 모습을보이자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 재협상 및 가맹점 계약 해지를 운운하기 시작했다.
  쌍용차의 경우 지난달 20일, 신한, 삼성 등 일부 카드업계에 자신이 원하는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면 카드 결제를 받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GM, 르노삼성은 수수료율 협상을 마치고 서류 정리까지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다시금 카드업계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재협상의 목적은 ‘우리도 현대차 수준으로 계약 해달라’는 요구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이동통신업계(이하 ‘이통업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업계가 이통업계를 대상으로 기존 1.8%~1.9%에서 2.0%~2.1%로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한 바 있는데, 이통업계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인상에 구체적인 근거도 없으며, 수수료율 산정기준인 적격비용의 토대가 되는 조달금리가 하락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율을 올린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통신요금 결제의 특성을 이유로 기존 수수료율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상은 정부 정책에 따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낮추려면 대형 가맹점이 그만큼 많은 부담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맹점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수수료 인상 정도에 있어 가맹점들이 납득할만한 정확한 기준 및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면서 수수료 분쟁이라는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진원지는 정부?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가맹점이 계약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카드업계는 철저한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피해는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구두경고를 주는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을 향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낮은 수수료를 강요하지 말라.”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러한 엄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사실상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 간 협상 상황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와 가맹점의 수수료 분쟁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다. 애초에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시장경제에 개입하여 카드수수료율을 직접 정한 것 자체가 시장의 원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한 카드업계의 수수료율 인상은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에 대한 역풍이라는 지적또한 이어지면서 정부의 정책실패가 카드업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카드수수료 분쟁이 금융당국이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될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여 혼란만 일으킨 부작용이라는 여론과 금융당국의 경고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소비자

  계속되는 대기업을 비롯한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분쟁에서 카드업계가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불이이은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분쟁에서 연이어 밀리는 카드업계가 수익이 줄어든다면, 소비자들이 누리던 혜택인 카드업계 할인, 적립 등을 누릴 수 없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좋은 의도는 오히려 시장경제를 어지럽히는 혼란을 야기했다. 정부의 적절한 조치는 중요하지만, 이것이 민간시장과의 대척점을 형성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명분‘만’ 있고 충분한 경제학적 설계를 거치지 않고 시행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세금의 낭비와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계획적이고 조심스러운 정책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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