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를 놓고 크게 충돌했다. 몸싸움까지 불사하며 격렬하게 맞붙었던 양측의 분위기는 언제 어떤 식으로 대립할지 모를 긴장감으로 고조되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지난 9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첫 만남을 가졌다. 이 회동은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대표가 처음 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 패스트트랙을 놓고 대치하는 여야 (출처: 경향신문)

 

  패스트트랙이 뭐길래

  지난달 23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과 한국당을중심으로 한 야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극렬한 대립을 펼쳤다. 이날 국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무력시위로 인해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썼고 물리적 충돌의 후유증으로 국회 마비를 불러왔다. 여야를 극한으로 대립하게 만든 ‘패스트트랙이란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를 말한다. 이는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내용으로, 발의된 국회의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고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달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공직선거법 개정 및 공수처 신설 등을 담은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합의안을 추진했다. 합의안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은 지역구 225석과 권역별 비례 75석 등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고, 연동률을 50%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해 투표는 물론 선거운동 가능 연령도 18세로 조정하는 방안 또한 이에 포함된다. 공수처법은 신설되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재정 신청할 권한을 부여하고 판·검사와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된 경우에만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함께 안건으로 지정된 바른미래당의 공수처법은 기소권을 ‘기소심의위원회’에 부여하고, 공수처장 임명 시 국회 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패스트트랙, 입장이 다른 이유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면서, 이에 따른 각 당의 의견과 이해득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각 당의 찬성과 반대 의견이 크게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지만, 정의당 등 범여권에 속하는 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난다. 이는 전체 범여권 정당의 의석수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범여권 과반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즉, 선거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개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정의당으로,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0% 안팎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하면, 내년 총선에서는 20석 이상을 얻게 되면서 교섭단체의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달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경우 별다른 이득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나, 범여권 선거 연대로 당의 존속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에 위의 네 당과 달리 한국당은 막대한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한국당의 경우 의석수가 대폭 감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범여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의석수가 줄게 되면 정국에서의 주도권 탈환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

  다른 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각 당들은 의견의 차이를 보였다.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정부, 즉, 여당인 민주당은 검찰과 경찰 외의 강력한 사정기관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한국당 윤한홍 의원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4당이 공수처 법안을 분석한 결과, 공수처 검사의 절반 이상을 친여 인사로 채울 수 있게 된다.”라고 밝혔다. 즉, 여권이 검찰을 견제하는 카드로 공수처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안은 구체적으로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나누는 문제에서 비롯되기에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 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하는 법안들이 각 당의 존속과 운명을 결정하는 만큼 입장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결정에 따라 이익과손해가 분명하기 때문에 각 당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지 앞으로의 진행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여론은

▲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찬반 의견 여론조사 (출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야는 지난달 말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물리적 대치를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국회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무더기 고발했고, 한국당 역시 민주당 의원들을 ‘공동상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번 정치권 갈등으로 고소·고발된 국회의원 수가 100명에 육박한다. 이처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추진을 둘러싼 몸싸움과 파행이 끊이질 않자,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그만두고 국회로 복귀하여 국회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는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공수처 설치 및 선거법 개정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했다. 그 결과 패스트트랙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3.4%로 과반을 차지했으며, 반대는 36.4%로 조사됐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 중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는 찬성 의견이 76.9%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또 다른 안건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이 47.8%, 반대가 40.1%로 찬성 의견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회의 대치상황에서 물리적 충돌과 국회 파행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다. ‘회의실을 봉쇄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법상 정당한 패스트트랙을 방해한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48.0%, ‘합의하지 않고 강행한 여야 4당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39.6%로 나타났다. 두 응답에 대한 비율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여론은 여야 4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하여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외 투쟁을 중단하고 즉각 국회에 복귀해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려 6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외에 국회복귀와 장외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24.4%였고, 국회 복귀 없이 장외투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0.9%에 그쳐 사실상 85% 가량에 달하는 여론이 한국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국회가 마비되고 여야 협상 자체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일 이인영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 정상화를 논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청’을 수차례 언급하며 냉각된 관계 회복을 시도했고, 나 원내대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라고 화답했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추경안과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하루 빨리 여야의 대치 상황이 종결되어 국회가 정상화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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