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선임기자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서는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비누로 머리 감기’ 혹은 ‘일정량의 물을 받아놓고 사용하기’ 등 아주 특이한 숙제를 내주시고는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그 특이한 숙제들을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시절의 나는 지구온난화가 정말 큰일이고, 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온난화를 막지는 못할지언정 차근차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면 막을 수 있다고, 또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고 진학, 내신, 수능, 학점, 그리고는 취업까지 점점 가혹한 현실이 우리에게 다가올수록, 점점 그러한 어려움을 나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나는 내 눈앞에 닥쳐있는 당장의 문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지구온난화와 같은 손에 닿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의 걱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조차 않았다. 물론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사를 보면 다시금 그때의 걱정이 마음 한 켠에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그러한 걱정은 가슴 한 켠 으로 밀어버리고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잊어버리고야 만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이 과연 나에게만 일어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종종 내 또래가 가득한 술집을 가거나, 혹은 청년실업과 관련한 기사를 읽다보면 “도대체 기성세대가 우리에게 남겨준게 뭐야?”라는 내 또래들의 반응을 보곤 한다. 물론 나도 스펙의 상향평준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안 되는 현실, 정작 청년들의 간지러운 부분은 긁어주지 못하고 엉뚱한 정책만 내놓는 것처럼 보이는 나라까지, 우리 세대의 불만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윽고 한 의문이 든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불만을 가질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일명 민주화세대로 거론되는, 민주화운동을 거친 현재의 기성세대에게 특히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떻게 보면 경제적 위기의 역사를 체감하고 있는 우리세대가 기성세대에게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 우리도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전세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도, 정작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것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내 상황이 급하다는 이유로, 눈앞에 닥친 현실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남겨야 할 것, 다음 세대가 가질 것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한 달마다 돈 아깝게 그런데 기부는 왜 하는 거야?”, “차라리 그 돈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실제로 1년 가까이 한 달마다 결손아동들에게 기부를 하면서 들은 말들이다.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나 자신을 가장 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고, 나의 세상에서는 내가 중심, 곧 주인공이 되어야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나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 공동체로서의 삶과는 알맞지 않다. 자신의 인생에는 중심이 되는 나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반강제로 시작하게 된 기부이지만, 이런 작은 행동들은 나 자신의 이기심을 타파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끔 돈이 남으면 환경보호단체,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거나 때론 직접 활동에 참여한다든지 등 더 이상 생각만이 아닌 행동으로 하나둘 표출하게 된다. 당신도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는 이 사고를 행동으로 표출한다면, 당신의 주변 사람들도 잠시 자신의 이기심을 가슴 한구석으로 밀어버리고, 어딘가에 깊숙이 지니고 있던 따뜻한 감정을 꺼낼 것이다.
  언제나 쳇바퀴 돌아가듯이 반복되는 세대 간의 갈등, 부정적인 것들의 순환, 그리고 우리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까지. 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우리는 더 이상 나 자신의 내부로 숨어 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 자신의 이기심의 종말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는데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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