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글쓰기 수업 때, 자신이 생각하기에 사는 데 꼭 필요
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쓰는 시간을 가졌다. 자존감, 도덕, 양
심… 다양한 덕목으로 이루어진 보기가 있었다. 나는 그 여러
것들 중에 ‘예술’을 골랐다. 그 이유는 우리는 예술을 향유하면
서 행복해지고 행복이 인생을 살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 하나의 아주 아름다운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줄거리이고 그래픽도 환상적이다. 감동을 받
은 당신은 영화가 끝난 후 감독에 대해 알아본다. 그런데 영화
의 감독은 다름이 아니라 잘 팔리는 이야기를 짜깁기 하도록
설계된 AI였다. 감독이 들려준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명 받았
던 당신이 이 사실을 알고도 마음 속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자기 표현’이다.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는 이름 붙여진 화법, 종류들을 들으며 세상에 정해
진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위대
한 화가들을 완성시킨 건 잘 훈련된 기술이 아니었다. 대부분
새로운 화풍을 시작한 대가들은 자신이 긋고 싶은 선을 캔버
스에 드러내었을 뿐일 거다. 그리고 그 ‘인간적’임이 우리를 고
무시키고 위로했던 것일 테다.
  우리는 하루를 지내면서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동안 쌓여온 많은 ‘덕목’들이 있다. 행동은 예의바르게, 상대
방을 배려하며. 상식적으로.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을 받아들이
기 이전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BTS를 키운 방시혁의 인터뷰를 읽을 일이 있었다. 서울
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이다. 이 연설이 특이했던 건 방시
혁은 “저는 꿈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라고 말한 부
분이었다. “저는 꿈이 없었어요. 꿈 대신 분노가 있었어요.” 가
장 사랑하는 음악이 이용당하고 불공정한 거래가 관행적으로
굳어지며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상황에 분노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분노를 연료로 관행을 깨다 보니 최정상 대표까지
올라갔다.
  나는 분노라는 감정이 굉장히 인간적인 일이라는 것에 집중
하고 싶다.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일반적으로 지양되
지만 없어질 수 없는 감정이 방대표를 이끌었다. 우리를 이끄
는 건 무엇이어야 할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여러 것들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가 다
른 인간이니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자. 정해진 상식 같은 건 나
중에 생각해두기로 하고 스스로가 끌리는 길을 감으로써 인간
으로 태어난 일을 마음껏 향유해보자. 또 세상에 ‘덕목’이 있다
면 그 이치에 갇힐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자. 왜 그
게 ‘덕목’이며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자신이 어떨 때 행복한지 여러분이 정의를 내리고, 그런 상
황에 여러분이 놓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목표와 꿈을 무작정 따르다가 결국은 좌절하고 불
행하게 되지 마세요. 그것은 여러분들의 리듬, 여러분들의 스
웨그가 아닙니다.” 어찌 보면 흔한 말이다. 하지만 이름 지어진
꿈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좋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그대로를 표현하면서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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