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구글이 화웨이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이번 조치로 화
웨이가 생산한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업데이트
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중국 밖에서 출시할 스마트폰에 구글 플레이 스토
어, G메일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의 공개된 ‘오픈
소스’ 버전에만 접근할 수 있고 구글 지도에 기반을 둔 서비
스나 앱 등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지난 1분기 세
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7%로 삼성전자(21%)에 이
어 2위에 올라 있던 화웨이는 곤경에 빠졌다. 미국 대형 기
업과 이러한 거래 중단은 인텔과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반
도체 기업들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MS)까지 이어
지는 모양새이다.


위협적인 미국, G2 간에 찬바람 쌩쌩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
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
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의심해 왔다. 이에
작년 8월 미국 정부 기관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방수권법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독일과 영국 등 동맹국에 대해서도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도록 촉구해왔다.
  결국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해 국가비상사
태를 선포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포
스트(WP)는 이 행정명령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이 화웨이를 포함한 일부 외국 공급자들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 왈, “우리끼리 충분해”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중국 광
둥성 선전 본사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도쿄신문, 아사히신
문 등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미
국산 반도체 등 고성능 부품의 조달처를 바꾸는 문제와 관
련해 “(퀄컴·인텔·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
체 제품을 팔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며 “그에 대한 준비는
이미 오랫동안 진행해왔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조치 관련 향후 대응을 놓고 런정페이 회장
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문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
나, 미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ZTE(중싱통신)처럼 미
국의 요구에 따라 경영진을 쇄신하거나 감시를 받아들이는
일 등을 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출처: 연합뉴스


‘화웨이 보이콧’, 세계로 확산중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난달 17일 보
도에 따르면 프랑스는 “화웨이 등 기업에 대한 봉쇄정책 안
한다.”, 독일은 “미중 무역전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영국
은 “우리는 우리의 결정을 내리겠다.”라며 미국의 동맹국들
이 미국의 노선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이
들의 방향도 슬슬 미국과 합쳐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
일과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인 인피니온, ARM까지 화웨이
와의 거래 중단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ARM의 라이선스 없
이는 칩 설계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각종 통신장비에 사
용되는 네트워킹 칩도 사용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통신장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각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통신사
또한 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회사들인 KDDI(AU)
와 소프트뱅크가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매를 무기한 연
기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BT그룹 산하 이동통신사
인 EE가 “5G망 구축 인프라스트럭처 작업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라는 방침과 더불어 화웨이의
첫 5G 스마트폰인 ‘메이트 20X’를 영국에 출시하려던 계획
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화텔레콤, 타이완모바일, 파이스
톤, 아시아퍼시픽텔레콤, 타이완스타텔레콤 등 대만의 5개
이동통신사는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할 것이
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화웨이 사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의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냉전과 같이 교류 없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힘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고립됨에 따라 ‘흥
멍’과 같은 독자적인 스마트폰 OS(운영체제)를 내놓고 자체
기술 개발에 힘쓰는 상황이 충분히 지속 가능하고 성공 가
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양즈위안 중국문화대학 교수도 최근 대만 자유시보 기고
문에서 “무역전쟁의 핵심은 과학기술전”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공격에 맞서 중국이 어떻게 경제성장 둔화에 대처
하면서 핵심 지식재산권 확보를 가속화할지가 시진핑의 지
혜를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화웨이와의 거래제한 조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사드 보복 때와 같은 일
이 일어날 수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또한 우리
나라는 이미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2만개 이상 설치
한 상황이기에 장비 교체 요구를 받을 경우 큰 손해로 이어
질 수 있다. 화웨이의 기술력과 파급력으로 인해 많은 국가
들이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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