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택시 기사 최모 씨가 국회 앞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택시 안에서 분신해 숨졌다. 올해 1월 9일에는 광화문역 인근에서 임모 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지기도 했다. 임 씨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의 분신 사태 이후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상생 방안 찾기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택시 기사들의 반대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설전까지 이어지며 논란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멈추지 않는 택시 갈등

 택시 업계의 단체 행동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 18일 전국 택시 업계와 운송사업자 5만 명은 광화문 광장에 모여 ‘택시 생존권 결의대회’를 가졌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들은 “자가용 불법 영업 결사 반대, 카풀 허용 택시 다 죽인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24시간 동안 택시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실력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택시 업계 4개 단체는 “서민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대기업 카카오 등의 카풀앱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정부는 카풀앱의 불법 조장을 근절하고 택시 종사자의 처우 개선 대책을 즉각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안모 씨가 서울시청광장 인근 인도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이다. 안모 씨는 자신의 택시에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를 썼으며, 차량공유서비스 반대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밝혀졌다. 비판의 대상이 ‘카카오 카풀’에서 ‘타다’로 바뀌었을 뿐, 택시 업계에서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운 것은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안모 씨의 분신 이후 17일,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SNS를 통해 태깃 업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뻘인 76세의 개인택시 기사가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두려움이 컸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라며, “누가 근거 없는 두려움을 그렇게 만들어냈고, 어떤 실질적 피해가 있었길래 목숨까지 내던졌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그러나 “타다를 반대하는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수입이 얼마나 줄었는지, 혹시 줄었다면 그것이 택시요금을 택시업계 요구대로 20% 인상한 것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아니면 타다 때문인지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날카로운 요구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대표를 비판하며 택시 업계를 대변했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며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타다와 같은 기술 혁신의 결과로 뒤처지는 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라며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최 위원장의 말을 맞받아쳤다. 혁신을 대표하며 기존의 택시 업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이 대표, 그리고 수많은 택시 기사를 대변하는 최 위원장의 설전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해결책은 면허 구입?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을 사그라지게 할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이찬진 포티스 대표는 이에 타다 측이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아래한글로 대표되는 ‘한글과 컴퓨터’를 창업한 벤처사업가 1세대로, 한 때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였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이재웅 대표의 SNS 게시글에 댓글로 “택시에 승차해 기사님께 여쭤보니 요즘은 면허 시세가 6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라며 “타다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려면 차량 대수만큼 면허를 사면서 감차를 하면 좋을 듯 하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과거 서울시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며 감차를 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타다 측에서 면허를 매입한다면 택시 업계의 절박함도 해결하고 사업의 영위도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다. 이어 택시 기사 또한 면허를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 택시 사업에 면허를 ‘현물출자’ 개념으로 투자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이재웅 대표는 “기본적인 취지는 좋으나, 정부가 나서서 틀을 만들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라며 “정부가 이러한 것을 포함해 틀을 바꿔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신산업으로 피해 받는 산업은 구제를 해줘야 하고, 그것이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이지만 신산업도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책임과 더불어 정부의 구체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웅 대표는 “10년이 될지, 5년이 될지, 15년이 될지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우리는 사회를 한편으로는 좀 더 효율화해서 미래를 대비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보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달리던 택시를 멈추게 하고, 택시 기사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택시 업계를 ‘보다듬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갈등의 매듭을 풀어낼 ‘묘안’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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