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23시 26분경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경비대
헬기장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소방헬기
가 이륙 2~3분 만에 인근 300m 지점 해상에 추락했다. 사고 장
면을 목격한 독도경비대의 119 신고로 곧바로 수색이 이루어
졌지만, 추락 지점을 특정하지 못하는 등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사고 헬기에는 이송 중인 응급환자 2명과 소방대원 5
명의 인원 총 7명이 탑승해있었다. 11일 기준 이들 중 3명은 시
신을 발견하여 인양되었지만, 나머지 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
되지 않고 있다.


처음 수습된 시신 2구는 사고 이틀째였던 지난 2일 독도 인
근 사고해역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이종후(39) 부기장과 서
정용(45) 정비실장이다. 또한, 후에 추가로 수습된 시신은 조업
중 손가락이 절단된 사고를 당했던 선원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실종자 4명은 현재까지 집중 수색을 해왔던 지역에서는 발견
되지 않았다. 따라서 수색 지역 바깥쪽에 있을 것으로 보고 무
인 잠수정(ROV)이 이동했던 경로 외곽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
하고 있다. 수색 당국 관계자는 “서해와 달리 동해는 조류가 거
의 없으므로 실종자 4명이 어딘가에 떨어져 있다면 조류를 따
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대처에 한 번 더 무너지는 가슴
이토록 늦어지는 수색 작업에는 미숙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
된다. 사고 초기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지 못해서 수색이 지연
되었고, 사고 시 조난위치를 송출하는 항공기용 구명 무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청해진
함이 고장 나 12시간 동안이나 수색에 동원되지 못하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청해진함이 고장 난 것을 듣고 대체할 수단이
뭐냐고 묻으니까 수리 중인 통영함이 동원된다고 한다.”라면서
“처음부터 다 동원됐으면 이렇게 시간이 흘렀겠느냐”라고 말
했다. 이어 “정부의 대응이 이런 식이다. 수색이 더뎌지면서 가
슴 다 태웠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사고 발생 후 실종자 가족들이 명확한 수색 상황 전달과 요
구 사항 반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정부는 뒤늦게 사고
수습을 위한 범정부 차원 지원단을 꾸렸다. 범정부 지원단은
행정안전부, 해경, 해군, 소방청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수색 당
국은 6일 함선 21척, 항공기 6대, 잠수사 117명을 투입해 대대
적인 수색을 벌였다. 실종자 4명을 찾기 위해 해저 탐사선의 투
입, 민간 잠수사의 투입도 결정되었다. 이후 9일에 유가족들이
있는 강서소방서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실종자들을 찾
기 위해 독도 해역에 민간 잠수사 투입 등을 최대한 고려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
고 정부가 할 일을 다 완수하겠다.”라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2일 독도 근해에서 해군 청해진함이 사고헬기를 찾기 위해 소방헬기수중무인 탐색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 해양경찰청)


구조보다 보도가 먼저였나
이 사고에 대해 KBS의 한 엔지니어가 사고 현장 촬영 영상을
수색 작업을 위한 경비대원의 요구에도 제출하지 않고 이를 단
독보도에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3일 한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에서 독도경비대 팀장은 댓글을 통해 “KBS가 보도한 헬기진행
방향 영상에 대해서 KBS 영상 관계자가 이를 제공하지 않았으
며,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 글에 따
르면 헬기의 추락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여 사고 수색이 늦춰지
는 긴급한 상황에서 KBS 엔지니어가 단독보도를 위해 헬기진
행방향을 촬영한 영상을 독도에 머무는 내내 감추고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내용은 경찰 조사에 의해 실제 경비대원이
쓴 글로 확인되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KBS 측은 본사 엔지니어
가 촬영한 당시 영상을 20초가량을 제외하고는 독도경비대에
게 즉각 제출하였고 절대 단독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긴 것이 아
니며, 사고 발생 직후부터 독도 파노라마 카메라를 활용해 사고
수습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양승동
KBS 사장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대구 강서소방서에 방
문했지만, 가족 측의 거부로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타까운 추락, 원인 규명은?
한편, 헬기 사고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위 관계자는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해 언급할 단계가 아니
다.”라며 원인 규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
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 이번 사고와 비슷하게 일어난 헬기
사고의 경우 원인 분석까지 3년의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그러
나 지난 3일에 헬기가 인양되어 동체 분석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고 원인 규명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락한 사고 헬기는 2016년 3월에 도입한 프랑스 유로콥터
사(현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EC-225 기종으로 소방청에서는
해당 기종을 인명구조·산불진화·응급환자 이송 등 용도로 2대
운용하고 있었다. 동일 기종으로는 처음 발생한 추락사고지만,
지난 2월 같은 회사에서 만든 다른 기종인 AS365-N3 기종이
경남 합천댐 인근에서 훈련 중 추락한 바가 있어 정부는 해당
제조사의 국내 운용 헬기 전체의 안전을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사고는 생존자가 한 명도 구조되지 않았기에 더욱 안
타깝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헬기 동체의 위치를 발견하기까
지 15시간이나 걸렸다. 그리고 항공기용 구명 무선기와 항로식
별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말
해온 재발 방지 노력이 무색하게 들린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밤부터 아침까지, 그리고 하루하루 타들어 갔을 사고자 가족의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정부와 수습단의 철저
한 대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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