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을 통해 들여다 본 노동조합

 한국철도공사의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해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한 불편을 겪 었다. ‘주 39시간’ 근로시간을 ‘주 30시간’으로 단축하는 게 목표였지만 실제로 노사협상에서 얻어낸 것은 1.8% 임금 인상에 불과해 국민을 볼모로 한 불필요한 파업이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파업은 수험생들이 면접, 논술고사를 보기 위해 특히 철도를 더 많이 이용하는 기간이었던 만큼 그 후폭풍과 비난이 더욱 거세다.

한국철도공사 노동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양쪽에게 손해만 입힌 이번 철도파업

 이번 철도파업은 한국철도공사 노동조합에서 사측에게 ▲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4,600명 증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통합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를 목표로 시행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이 진행된다면 KTX-SRT 통합은 오히려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내부에서도 상당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조국 사태로 인해 공정성이 대두된 가운데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본사 고용을 원한다며 젊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극심했으며, 실제로 찬성률이 제적대비 53%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23일 오후 7시부터 이틀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결과 임금을 전년 대비 1.8%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에 그쳤다. 나머지 쟁점 들은 철도 노사가 함께 정부 건의하는 것에 합의하는 데에 머물러 실제로 얻어낸 것은 소규모 임금 인상뿐이라 무리한 요구를 하다 오히려 제풀에 꺾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5일 국토교통부 기자 간담회에서 “노조가 파업할 경우 하루 30억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라며 “올해 한국철도 영업적자가 3분기까지 700억∼800억 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파업으로 재무 성적표는 더 빨간색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영업적자만 더 많아지고, 철도노조는 소규모의 임금 인상만을 얻은 상처뿐인 승리인 것이다.

 

노동조합의 설립 취지와 종류

노동조합은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목 표로 개설되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국가마다 다른 문화적,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국가 별로 조금씩 다른 형태를 취하게 되었지만, 파업을 통해 의견 관철을 시도한다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노동조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산업별 노동조합(이하 산별노조)과 기업별 노동조합(이하 기업노조)으로 분류된 다. 산별노조는 기업을 막론하고 특정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소속되는 형태의 노동조합으로,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산별노조가 주류를 차지한다. 기업노조는 특정 기업의 소속 근로자가 직종의 구별 없이 가입하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기업노조가 주류를 구성하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유일하다.

 기업노조는 유럽과 북미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의 기업별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노동조합의 설립 취지를 상실한 *어용노조를 뜻한 다. 독일과 미국에서는 기업노조가 기업이 노동조합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 이들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해산하게 할 만큼 기업노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기업노조는 같은 산업군의 직종에 종사하더라도 자신들이 근무하는 기업 내부의 조직원을 대상으로 한정된 노동 운동을 전개하는 등 양극화라는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노동권리지수 보고서. 붉은 색일수록 노동권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출처 : 국제노동조합총연맹 보고서)

한국에서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이번 철도파업을 통해 ‘노동권을 너무 많이 보장해주니 배가 불러 국민을 볼모로 여기며 파업을 한다’라는 종류의 비판 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과는 반대로 한국의 노동권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2019 세계노동권리지수(GRI)에서 한국을 6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는 무려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와 같은 등급이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를 뜻하는데, 이는 노동법이 명시되어 있으나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노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국과 비슷하게 기업노조가 대다수인 일본은 2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 위주로 국가 경제를 구축 한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는 오히려 기업노조가 산별노조보다 적합한 구조라는 의견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처참한 한국의 노동권은 결코 긍정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한 시선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보수 계열 언론에서는 파업을 죄악시하는 뉘앙스로 보도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는 취재기사에서 한국에 파업을 탄압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서술하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억제하는 것을 비판했다. 동시에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노동조합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거론하며 한국의 후진적인 노동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의 문제점 설문조사 (출처 : 위키트리)

 

 예고 없이 진행된 이번 철도파업은 노동조합에 이미 부정적이었던 국민의 인식을 더욱 악화시켰다. 실제로 위 그래프에 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국민은 무리한 요구와 같은 노동조 합의 불합리한 관행을 우리나라 노조의 최대의 단점으로 꼽고 있다. 이렇듯 노동조합에 대한 지속적인 인식 악화는 공동체 정신을 통한 상호 구제라는 노동조합 본연의 목적을 저버리고 지나치게 투쟁 활동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조합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권 자체에서 노동권 개선 의지가 나오지 않는 것 또한 문제이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4·5학년이 배우는 한 시민 교육 교과서에 “모든 사람에게는 노동, 자유로운 직업 선택, 적절하고 알맞은 노동 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라는 세계인권선언 23조와 함께 ‘실업’과 ‘노동조합’의 개념을 설명하고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사진을 실었다. 이와 비슷하게 독일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모의 노사교섭’을 일상화된 수업으로 만들어 스스로 역할을 정해 협상 연습을 한다. 선진국들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권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 또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조합의 불합리한 관행을 스스로 고침으로써 국민들에게 인식을 개선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노동권에 대한 교육 두 가지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어용노조 : 근로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설립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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