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163석과 17석을 얻어 총 180개의 의석을 얻었다. 이는 전체 의석수에서 60%를 차지하는 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여당이 압도적인 힘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총선이 끝난 이후 더불어시민당 의원 세 명의 당적이 옮겨져서 25일 현재의 여당 의석수는 177석이다.

 

의석 수에 따라 달라지는 여당의 권력

180(177)석의 공룡 정당 탄생

 비록 양정숙 당선자가 제명되고 용혜인, 조정훈 당선자가 출신 정당으로 돌아가서 3석이 줄어들었지만, 현 여당이 압도적인 힘을 지녔다는 사실은 굳건하다. 용혜인, 조정훈 당선자가 친여권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더불어민주당의 형제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열린민주당도 3석이나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엄밀히 따지자면 177석이긴 하나, 여당은 180석의 힘을 지녔다고 간주된다. 이는 17대 국회에서 범보수계 정당이 192석을 차지한 이후로 처음이다.

 21대 국회 기준으로 재적 의원의 5분의 3(300석 중 180석) 이상이면 각종 국회의 활동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국회에서 하는 일 중에서 ‘개헌’ 빼고 모든 일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개헌은 재적 의원의 3분의 2(200석)가 필요하므로 예외이다. 그러나 각종 법안 처리,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각 부처 장관과 헌법재판관, 대법관 임명 등은 이제 더불어시민당의 몫이다.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을 견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 또한 무력화된다. 야당이 법안을 반대하더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서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를 하더라도 강제종료시킬 수 있다.

 

자매정당? 꼼수 위성 정당?

 이번 총선에서는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과 같은 거대 정당들의 비례위성 정당들이 처음 등장하였다. 이는 거대 정당들의 의석을 줄이고, 군소정당들의 비례의원 수를 늘리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때문이다. 사표(死票)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 제도는 거대 정당들이 위성 정당을 내세워 비례의석을 휩쓸다시피 하였기 때문에 사실상 무명무실해졌다.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이 먼저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였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또한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던 태도를 뒤집고 비례대표용 연합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였다. 이러한 행동들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초기 취지는 완전히 무색해졌다.

 이번 위성 정당 난립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민생당과 정의당이다. 민생당은 20대 국회에서 20석을 차지했었지만, 당내 정치적 다툼과 이번 사태가 겹쳐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고 원외 정당으로 쫓겨났다. 정의당은 그나마 기존 6석의 현상 유지를 하였으나, 위성 정당 사태가 없었더라면 최대 12석까지 얻을 수 있었다는 예측마저 나오면서 정의당은 이번 사태에 크게 분노를 표출하였다.

 

각종 해프닝 잇따라…

 이번 총선 중에는 여러 가지 해프닝 또한 발생했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투표소에서도 지키느라 관계 당국의 큰 어려움이 있었다. 모든 투표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였으며, 손 소독제와 일회용 장갑을 통해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도 이루어졌다. 개표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마스크 착용과 장갑은 물론이고 투명한 얼굴 가림막까지 착용하는 등 ‘중무장’을 한 채로 수많은 개표위원이 새벽까지 개표를 진행하였다. 이번 총선에서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수많은 군소정당이 선거에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투표용지의 길이가 자동 분류기 사용 기준인 34.9cm를 넘어 48.1cm나 되었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개표하여야만 했다. 하나하나 손으로 분류하여야 하니 기존 선거보다 개표가 매우 오래 걸렸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투표용지 때문에 벌어진 사건도 있었다. 자가격리자는 투표 마감 시간인 6시까지 투표 장소에 도착한 이후, 일반 투표자와는 격리된 채 6시 이후에 투표지를 소독한 이후 별도로 마련된 투표함에 넣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개표가 지연되었다. 다행히 이로 인한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총선은 선거 내내 큰 혼란이 불어닥쳤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당은 승리의 기쁨에만 젖은 채로 오만을 피우다간 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다. 이제는 실패하더라도 다른 당의 탓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패를 겪은 야당 또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재빠르게 알아내어서 반성해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