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대처 미흡으로 비판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초기 대처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방역 태업’을 펼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와의 모든관계 및 지원금을 끊겠다.”라고 밝혀 WHO의 국제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방역 태업 논란의 중심에는 현 WHO총장의 친중 논란이 위치하고 있다. 결국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이번 사태에도 연관된 것이다.

 

코로나19, 새로운 비난 수단이 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골은 매우 깊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점점 과열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관세 제재 등의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 다양한 방면의 전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최근에는미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두고 중국을 압박했으며, 이를 지난 30일(현지시간)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에서“트럼프의 제재를 왜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나”라는 칼럼을통해서 대놓고 조롱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은 잠시나마 이러한 갈등을 잠재우는 듯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국제 사회 간 협력을 부르기는커녕 또 다른 갈등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코로나19의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미국과 중국 양 국이 비난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중국이 자신들은 코로나19의 근원지가 아님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2월 27일 중국신문망은 중국에서 호흡기 질병의 최고 권위자라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하였다. 이 보도내용의 핵심은 ‘코로나19의 유행은 중국에서 시작하였으나, 꼭 최초 발병의 근원이 중국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1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9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신 ‘중국(Chinese) 바이러스’라고 강조하며 맞섰다.

 

갈등의 불길, WHO를 덮치다

 국제기구인 WHO 마저 이렇게 치열한 대립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현재 미중갈등의 중심에는 WHO가 위치해있는데, 이는 테워드로스 현 WHO 사무총장의 친중 성향 논란 때문이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중국의 입장만을 옹호하며 방역 태업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WHO는 1월 24일 코로나19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전일대비 339명 증가한 900명이었다. 그러나 이 발표 8일후에는 확진자수가 12,006명을 돌파하였다. WHO가 비상사태가 아님을 선언했을 당시에도 이미 실제 감염자 수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1월 28일 테워드로스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외무부 관계자들과 회의하며 “나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신뢰하며 중국의 조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사람들이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는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출처: AFP)

 

美, WHO 압박하다

 이러한 WHO의 늑장대응과 ‘중국 감싸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이 현재와 같이 악화되었다고 미국은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미국의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지 않고 중국 정부의 주장만을 맹신하는 테워드로스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이 올라왔다. 이 운동은 1,025,410명의 지지를 받으며 마감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7일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중국 중심적이다.”라며 미국의 자금 지원 보류를 검토하고있다고 밝혔다. 이때에는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결국 5월 30일 “WHO와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라고 발표하면서 갈등을 터트렸다.

 지난해 미국은 WHO에 4억 달러(약 4천9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WHO 연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중국은 작년 4400만 달러(약 541억 원)을 지원하였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모든 나라가 잠시 이념 다툼과 이권 경쟁을 내려두고 협력해야만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소모적인 다툼만을 계속하고 있다. 지구촌은 두 나라가 어서 G2라는 지위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