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의 알라마 이크발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파키스탄 8303편 에어버스 A320기가 그 인근 주택가에 추락했다. 91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을 포함한 총99명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사고에서 97명이 사망하였고 단 2명만이 생존할 수 있었다. 탑승자 중 미국 국적의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파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되었다. 주파키스탄 한국 대사관은 “여객기 추락 소식 직후 경찰과 파키스탄국제항공(PIA) 측을 통해 승객 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해당 항공기에 한국인 국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적의 생존자들
 사건 초기 탑승객 중 생존자는 없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파키스탄의 신드주 보건 당국은 23일 오전 97명의 사망자가 시신 수습을 통해 확인되었고 생존자는 2명임을 밝혔다. 생존자 중 한 명인 무함마드 주바이르는 카라치의 자택에서 친척들의 방문을 받으며 BBC와의 인터뷰 중 “누구도 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착륙을 앞두기 전까지 순조로운 비행이었는데 갑자기 기체가 크게 흔들리며 기장이 엔진에 이상이 생겼고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추락으로 잠시 의식으로 잃었다가 잠시 뒤 깨어나니 사방에서 비명이 들리고 눈에 보이는 것은 화염뿐이었다.”며 “안전벨트를 풀고 약간의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3m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생존자인 펀자브 은행 최고 경영자(CEO) 자파 마수드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러진 고관절과 쇄골뼈를 치료받는 중이다. 무함마드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직후에는 생존자들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기와 화재로 인해 나머지 탑승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또한 여객기가 카라치 공항 인근 밀집 주택가에 추락함에 따라 지상에서는 주민 8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밝혀지지 않은 사고원인

 목격자 이사드 마시는 “이 여객기가 추락하기 전 두 차례의착륙을 시도했지만 그 과정에서 바퀴가 나오지 않았다. 동체가바닥에 닿았다가 올라가면서 엔진에 불이 붙은 것을 봤고, 추락했다.”고 전했다. 또한 LiveATC.net이라는 웹사이트에 공개된 교신 음성 파일에 따르면 사고기의 조종사 사자드 굴이 엔진을 잃었다는 말과 메이데이를 반복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점에 착안해 보았을 때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러나 익명의 항공 당국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착륙 전 기술결함으로 랜딩 기어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사고 원인을 결정짓기에 이르다.”라고 말했고, 압둘라 파키스탄국제항공 대변인은 “제한된 정보와 동영상 몇 편을 근거로 사고 원인을 단정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철저한 사고 원인의 조사를 강조했다.

 이 사고로 인해 1985년 8월 12일에 있었던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가 다시 한 번 사람들 사이에서 재조명받기도 하였다. 사고기 추락 3분 전에 사진이 찍혔기 때문인데, 123편 추락 사고에서 사고 발생 1시간 전에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는 사고기 123편의 사진이 찍혔다. 현대에 와서 SNS를 이용한 사람들의 여행 인증 사진 공유로 인해 사고기의 사진이 사고 직전에 찍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때 당시로서는 매우 희귀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특히 추락 3분 전에 찍힌 사진에 엔진 하단부가 검은색으로 심하게 긁혀있는 모습이 담겨있어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등 추락 직전의 사진이 그 원인을 추정하는 데에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다.

 

▲ 추락 3분 전 찍힌 8303기의 사진. 엔진 하단부가 검은색으로 긁혀 있는 모습이다. (출처: Plane Spotters Pakistan)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던 사람들

파키스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3월부터 국내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다가 저번 16일부터 일부 상업 운행을 재개한 며칠 뒤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를 맞아 여행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들이 사망자들의 대다수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들부터 장례가 시작되었으며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항공기 사고로 충격과 슬픔을 느꼈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희생자와 가족에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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