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민 편집국장

 ‘웰다잉’이란 인생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인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을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지금의 삶에 집중할 뿐 죽음까지 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주가 된 이유는 살아서 삶을 논하는 자는 많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이미 죽음의 문턱을 지날 때 본인의 마지막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혜롭고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를 한 단어로 정의한 단어가 바로 ‘웰다잉’이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배진수 작가 작품인 <금요일>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금요일> 웹툰 중 불면증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있다. 해당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잠에 들려고 할 때마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에게 계속 방해를 받는다. 심지어 괴물들은 전기충격, 찌르기, 강력한 키스 등의 고문을 가하며 주인공이 잠들지 못하도록 괴롭힌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에는 갑작스러우면서도 괴상한 전개에 의아하지만, 이후 장면에서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주인공을 괴롭힌 괴물들의 정체는 연명치료를 시도하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가족들이라는 게 밝혀진다. 주인공은 이미 고령자로 의식불명의 상태이나 가족들의 염원대로 연명치료를 억지로 이어나간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의사표현이 힘든 연명치료 대상자와 가족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괴리를 묘사했다. 주인공이 맞이하는 죽음은 이미 웰다잉과는 거리가 멀어졌으며, 그는 고통스러운 상태로 죽음의 문 앞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위의 웹툰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웰다잉을 위해 스스로의 죽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죽음은 갑작스러운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우선 위에 언급한 에피소드와 같은 안타까운 일을 막으려면 사전에 연명치료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해당 제도의 정식명칭은 연명의료결정제도로 건강관리공단에서 등록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본인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비극적인 일을 막기 위해,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더하여 연명치료거부에서 더 나아가 본인의 죽음을 스스로 앞당기는 안락사라는 제도도 있다. 더 이상의 삶이 고통이고 죽음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 노화로 의사표현이 불가능하다면 그것 또한 비극이다. 훗날 본인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에 불가능한 몸이 되었을 때, 차라리 죽음으로 편안해지는 게 좋을 것 같다면 안락사 사전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도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안락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므로 나중에 도입이 된다면 가능하다.

 

  웰다잉, 삶에 집중하면 되지 왜 우울하게 죽음을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화는 서서히 찾아오고 죽음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미래의 나에 대한 예의와 남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미리 전해두는 것은 절대 정도가 과한 행동이 아니다. 웰다잉에는 잘 죽는 법뿐만 아니라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법도 포함하고 있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나에게 인사를 건넬 시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괘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웰다잉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고 죽음을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훗날 죽음의 그림자가 가까이 왔을 때 여유 있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묘비명을 지어보고, 삶을 정리하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죽음을 맞이하는 데 있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우리가 죽음에 대비하지 않고 살아있는 지금에만 신경 쓰는 이유는 하나이다. 삶에 대해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죽음을 논하는 자는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죽으면 끝이라 아무도 조언해줄 수도 본인의 경험담을 말할 수도 없다. 사람이란 동물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는 안일하게 행동하는 생명체라 언제나 어리석음을 범한다. 보이지 않는 죽음에 대비하여 삶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웰다잉을 위해 필수이다.

 
 본인의 죽음에 안일해하지 말고 미리 대비하는 것도 어쩌면좋은 선택일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본인만이 아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또한 죽음을 생각해보고 사는 삶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어서,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현재에 숨 쉬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죽은 뒤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살아있는 자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어 본 독자들 모두 한번쯤 본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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