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겪고 있는 환자를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 매일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가려움과 발진, 진물을 마주하며, 이로 인한 수면 장애, 우울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붉은색 피부, 진물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부정적인아토피 피부염 증상은 환자들을 사회로부터 고립되게 만든다. 실제로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82%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삶의 질은 청각∙시각 장애인만큼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악조건의 상황에서, 기존 치료제로는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좌절을 겪어야 했던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치료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 준 최초의 치료제인 듀피젠트가 혜성처럼 등장하게 되었다.

게임 체인저 듀피젠트…혁신적인 아토피 치료제 등장

아토피피부염은 체내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계로 발생하는 만성적인 전신 면역 질환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그동안의 아토피 치료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 면역억제작용을 일으켜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해당 치료법은 치료 실패율이 높고 반복되는 악화기 차단이 어려울 뿐 아니라 백내장, 고혈압, 신장 독성 등 부작용을 야기해 장기간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듀피젠트는 약 20년 만에 등장한 아토피피부염 신약이다.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승인된 최초의 표적 생물학적 제제로 아토피피부염의 주요 유발 원인인 인터루킨-4, 13의 신호 전달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여, 염증반응과 가려움증을 완화한다. 특히, 치료 2주 만에 빠른 효과를 나타냄과 동시에 장기간 사용하기에 적합한 안전
성과 내약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멀고도 험난했던 보험 급여화 과정 

하지만, 이렇게 획기적인 치료제 등장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은 투약받기 어려웠다. 바로 비싸도 너무 비싼 약값이 투약에 걸림돌이 되었다. 듀피젠트는 한 팩당 평균 90만~110만원으로 최소 격주에 한 번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1년이면 2600만원 정도로 거의 차 한 대 값인 셈이다. 이에 환자들은 1인 시위, 국정감사, 국민청원 등을 통해 듀피젠트의 신속한 급여화를 촉구하며 치료 혜택을 받기 위해 애써왔다. 이러한 환자들의 요구에 결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그동안 암이나 희귀 질환 치료제 등에만 적용이 되었던 고가의 신약에 건강 보험을 적용하되, 해당 제약사가 수익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건보 재정 부담을 나누는 제도인 위험분담계약제에 기준을 신설하여, 일반 의약품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변경하였다. 그리하여,듀피젠트가 해당 확대 기준의 첫 혜택을 보게 되었고, 결국, 2020년 1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약값 부담이 연간 580만원 수준으로 경감되었다. 이는 듀피젠트가 시판된지 22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너무나도 까다로운 급여기준…완화 시급

하지만, 이러한 급여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급여 기준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듀피젠트 투여 시작 전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 23 이상의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이 된다. 얼굴과 목 부위에 엄청난 홍조 증상 및 진물과 각질이 발생하는 중증 아토피 환자 A 씨의 경우 담당 병원 의사와 환자는 당연히 급여 기준인 EASI 23을 받을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21점을 받아 급여 혜택을 보지 못했다. 해당 환자 담당 의사는 외형적으로 가장 많이 드러나는 얼굴과 목 부위는 다른 부위와 달리 환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얼굴과 목에 아토피가 발생한 경우에는 EASI 점수를 완화하여 적용해야 한다고 피부과 의학계가 강력히 주장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에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아토피 환자들은 그저 병이 더 악화만 되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하루하루 부작용이 심한 약을 투약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획기적인 치료제 듀피젠트의 등장과 급여화 결정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느린 급여화 결정과 의료 현장의 실제 기준과 동떨어진 까다로운 급여화 기준은 아토피 환자들을 두 번 울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심평원은 시급히 학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급여 기준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완화해서 아토피 환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일을 반면 교사 삼아 앞으로 고가의 획기적인 신약이 나오면, 현실적인 급여 기준으로 신속히 급여 결정을 하여 전반적인 국민 건강 질 개선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