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잠시 주목받았지만, 그 위험성으로 인해 반려되었던 집단면역이 국제적으로 다시금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진 개인의 수가 많아질수록 면역력이 없는 개인이 감염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는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정책으로 집단면역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주도해온 스웨덴이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집단면역은 사장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탈리아, 인도 등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예방접종 홍보를 위하여 만들어진 집단면역 포스터 (출처 : 질병관리본부)


스웨덴의 집단면역 정책 실패?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집단면역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4월 이후 폭증하는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로 인해 집단면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었고, 6월 4일 집단면역의 주도자로 알려진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당국은 방역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고집하고 있으며, 사망자 중 많은 수가 고령 계층이라는 점과 극도로 고령화된 스웨덴 사회와 겹쳐보았을 때 노령층 인구를 코로나 사태로 줄여 고령화를 해소하고 연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국제적인 의심과 비난을 받았다. 동시에 일상생활을 최대한 지속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시행하겠다는 집단면역의 이론적 이점과는 다르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을 –6.7%로 추정하는 등 경제적인 실패까지 겹침으로 스웨덴의 집단면역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웨덴의 코로나19 일주일 평균 신규확진자가 1080명(6월 셋째 주)에서 198명(8월 둘째 주)으로 한 달 반 사이에 확진자의 80%가 급감한 것으로 밝혀져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난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로스 클라크 기자는 이를 예시로 들며 봉쇄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스웨덴 정부가 일부 봉쇄 정책을 중도에 채택하였고 이로 인해 강화된 방역 규제가 감염자 수 감소의 요인이라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스웨덴 정부는 여러 나라와의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스웨덴은 집단면역 전략을 채택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였다. 스웨덴 정부는 고령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패를 인정하였지만,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가 가짜 뉴스를 작성한 것이 잘못 퍼진 것이라 야곱 한그렌 주한스웨덴대사가 밝혔다. 반면 현지 언론에서 텡겔 공공보건청장과 뢰벤 총리가 집단면역이 지향되어야 할 바라고 강조한 적이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러 나라의 집단면역 사례들
  코로나19로 크게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마시에서는 4월 23일부터 6월 3일까지 혈액검사를 받은 거주자 9965명 중 57%가 항체를 갖고 있었음이 밝혀져 집단면역 형성의 여부로 주목받았다. 또한, 인도의 뭄바이의 다히사르 등 3개 지역에서 7천 명 정도의 주민을 검사한 결과 57%가량이 코로나19 항체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빈민 지역에서 의도치 않게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분분한 의견
  집단면역의 형성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집단면역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집단면역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은 집단면역이 백신이존재하는 상황에서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 마땅한 방역 수단이 없는 상황 속에 전문용어를 내세워 방역 대책 중 하나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며 이 정책을 채택한 영국, 일본, 스웨덴, 브라질 4개 국가 모두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비판한다. 스페인에서 코로나19는 항체가 단기간 내에 감소해 애초에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등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박능후 보건부 장관이 “국민 3천 명 중 1명만이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한국 사회에서 집단면역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생활과 방역이 조화되는 새로운 사회 문화를 기본적인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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