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 웹툰 작가이자 동시에 방송인인 ‘기안84(본명 김희민)’을 둘러싼 논란이 많이 일고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기안84가 보여준 여러 발언 및 행위, 그리고 웹툰에서의 표현들이 다양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기안84의 웹툰·방송 동시 퇴출 요구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퇴출까지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은 ‘파시즘’적 행위라며 크게 맞서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러한 화제의 인물 기안84를 둘러싼 논쟁은 ‘표현의 자유’의 영역까지 번져가며 점점 불씨를 키우고 있다.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기안84’

 우선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안84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기안84는 현재 네이버 인기 웹툰인 ‘회춘’과 ‘복학왕’을 연재 중인 작가이다. 데뷔 이후로 평범한 남자의 군 생활을 다룬 ‘노병가’, 고등학생의 학창시절을 다룬 ‘패션왕’ 등 1~20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웹툰을 연재해왔다. 이러한 작품들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다루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다만 이 작품들에서도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 때문에 여러 차례 곤혹을 겪기도 하였다.

 

‘방송인’ 기안84

 웹툰 연재와 동시에 방송 출연을 하고 있는 기안84는 방송에서의 여러 언행 때문에 고초를 자주 겪은 바 있다. 2019년 4월 5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는 다른 출연자인 성훈이 모델로 서는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하였다. 행사가 시작되고 성훈이 런웨이로 등장하자 기안84는 반사적으로 런웨이의 성훈을 불렀고, 이러한 행동이 무례한 행동이라는 논란이 붉어진 것이다. 다만 이 논란은 평소 기안84가 보여준 ‘사차원적’ 행동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지며 잦아들었다.

 여러 차례 논란이 생기자 기안84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안티팬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러 차례 기안84의 퇴출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었으나,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이에 ‘묵묵부답’ 으로 답하였다.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는 악의적인 비난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있었던 기안84의 여성 혐오 논란으로 인한 퇴출 요구 전후로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기안84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전례를 보며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장되었거나 억측인 내용도 많다고 주장한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기안84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언행이 다소 엉뚱하긴 하더라도, 결코 악의를 지니고 여성 혐오를 표현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기안84(좌)와 웹툰 ‘복학왕’ 304회 (출처 : 뉴시스, 네이버 웹툰)
 

사건의 발달

 이번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복학왕’ 304화의 한 장면이다. 여주인공 봉지은은 취업 과정에서 회사의 팀장에게 애교를 부려 취업한다. 특히 논란이 되는 장면은 봉지은이 회식 자리에서 해달처럼 드러누워 배 위의 조개를 깨는 장면이다. 이를 보고 팀장은 감탄하여서 봉지은은 일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해당화의 마지막에는 봉지은과 팀장이 사귄다는 내용이 나오고, 남주인공이 팀장에게 봉지은과 잤냐고 물어보며 끝난다.

 비판 측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봉지은의 성상납을 암시한다고 주장한다. 조개는 여성의 생식기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장면에서 나오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 이라는 독백은 봉지은이 학벌, 스펙, 노력이 아닌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데, 기안84가 이러한 표현으로 봉지은의 성상납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안84와 네이버 웹툰 측은 논란이 된 장면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시하였다. 기안84는 사과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한단 설정”이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해달)로 그려보게 되었다”고 해명하였다. 

 

 이처럼 기안84의 여성 혐오를 두고 퍼진 논란은 웹툰계 전반으로 번졌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라는 트위터 계정 및 단체는 8월 19일 기안84를 언급하며 보다 엄격한 창작 윤리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작가들에게 정기적인 성인지 교육 실시, ▲논란이 될 표현의 수정·권고 조치, ▲사회 윤리적 사각을 다루는 만화의 다양성 보장과 연령대에 맞는 서비스 제공의 세 가지다.

 이를 두고 웹툰뿐만 아니라 만화계, 심지어는 문화계가 들썩였다. 특히, 1987년 만화계에 데뷔한 원로 작가인 원수연을 필두로 ‘표현의 자유’를 찾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원수연 작가는 본인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작가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검열하고 연재 중단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만화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 검열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나쁜 검열은 문화든 이념이든 바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내부총질이다”라며 기안84의 퇴출을 요구하는 측을 비판하였다. 특히 원수연 작가는 '누가 이들에게 함부로 동료작가들을 검열하는 권한을 줬는지'를 물으면서 지난 50년간의 만화 탄압에 저항해오며 쟁취해낸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며 거세게 비판하였다.

 사단법인 웹툰협회 또한 사건에 참여하였다. 8월 24일 웹툰협회는 웹툰에서 보이는 자극적 표현에 대한 비판은 수용하지만 “지금의 퇴출 요구는 과하다”며 이는 ‘파시즘’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비판과 지적, 단순주장과 견해 이상의 물리적 위력을 동원한 현재의 행동은 만화계 내의 영향력 장악 의도가 다분한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만화계성폭력대책위’라는 단체는 이름과는 달리 웹툰협회와 만화업계 내부에서 공식적인 단체로 인정받은 적이 없다며, 성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부터 실시해온 만화계 탄압에도 사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번 사건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복잡한 사건이다. 단순히 ‘엉뚱한’ 기안84의 실수인지, 아니면 우리나라 웹툰과 문화계에 퍼져있는 자극적 표현의 고름이 터져 나온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작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그 어느 순간에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바탕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무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올바른 표현의 자유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자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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