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편집국장

 이번 기안84의 논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전체주의란 무엇일까?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이러한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행주산성에서는 우리 사회에 퍼진 전체주의와 혐오주의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전체주의란 무엇인가

 전체주의라는 말은 다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왜 나쁜 것인지는 알기 힘들므로 한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전체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근거로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 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 및 그 체제’이다. 하나하나 풀어보자.

 ‘개인은 전체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것은 일개 개인은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전체주의에서 개인은 그저 큰 사회의 일부분, ‘톱니바퀴’이자 ‘일개미’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주의가 개인을 언제든지 배척하고 배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 생활을 간섭·통제’한다는 것 또한 비슷하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그들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개인을 무자비하게 탄압할 수 있다는 전체주의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전체주의

 2차 대전이 종식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졌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필자는 대놓고 드러나는 전체주의 체제가 없어졌을 뿐, 전체주의의 잔재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민주화가 이루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녕 우리 사회에서 특정한 전체가 개인을 ‘억압·간섭·통제’하려는 경우가 없는가? 꼭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강제로 억압하려는 것만이 전체주의가 아니다. 어느 특정 소수자 집단을 혐오하며 배격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전체주의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와 우리나라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지역갈등을 살펴보자. ‘OO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XX 지역 놈들 때문이다!’라는 논리는 선거철마다 너무나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혐오주의가 정치에도 이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주의와 혐오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구실’은 우리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에서는 집단 내부와 외부를 엄격히 구분 지으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성별 간 갈등, 외국인 혐오, 지역 간 갈등, 세대 간 갈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집단을 구분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나치 정권하의 독일에서는 국내의 경제 등 여러 문제를 모두 유대인의 탓으로 돌려서 정권의 안정을 꾀하였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구실을 통해서 국민을 더더욱 억압하고 통제하였다. 유대인에 지배당하는 무능한 정권을 뜯어고치겠다는 구실로 일당독재 체제를 탄탄히 만든 것이다.

 요즘 논란이 되는 기안84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기안84의 창작물 표현의 가치판단은 차치하고 살펴보도록 하자. 이번 논란을 구실로 만화계 전반에 ‘자정작용’이라는 탈을 쓴 검열과 탄압을 시도하려는 세력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물론,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나 옳지 못한 표현은 고쳐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어디까지가 자정작용인지 검열인지, 표현의 자유인지 혐오 표현인지는 명확히 구분할 수가 없다. 

 전체주의는 이렇게 애매한 틈새로 침투한다. 처음에는 만화의 폭력·선정적인 표현만 고친다고 하더라도, 한번 시작한 통제와 억압은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더 무서운 사실은, 이러한 억압에 우리가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스스로 억압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전체주의가 우리 사회에 점점 파고들수록 특정 집단이 희생양이 되는 경우는 잦아질 것이다. 나쁜 이미지, 프레임을 덮어씌워서 점점 소수를 억압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점점 다가올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전체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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