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참혹한 화재사고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고의 당사자인 초등학생 형제는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에 중상을 입었다. 형제는 4층 빌라 중 2층에 있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신고를 했고, 소방당국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한 뒤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늦은 대처에 형제는 전신에 중화상을 입었고 현재 서울 모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형제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셋이 사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아이들인 것으로 파악되자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왜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라면을 먹었는가?

화재로 불에 탄 라면형제가 사는 미추홀구 빌라 건물 (출처:인천소방본부)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16일부터 올해 중순까지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 “어머니(A씨)가 자녀 2명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총 3차례 접수됐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5월 12일 A씨를 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인천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상담위탁 판결을 내렸다. 이는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A씨를 상담하고, 아동은 12개월 간 상담하도록 하는 판결이었다. 이처럼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도 유일한 보호자였던 A씨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형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외출한 엄마가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약 16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가난한 형제가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라면이 유일했던 것이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며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라면형제의 비극을 막아라, 쏟아지는 아동학대 법안

 일명 '인천 라면형제' 사건이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학대·방치 등 위기아동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아동학대 관련 법 정비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29일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보호자가 아동학대 가해자인 것으로 의심되고 재학대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라면형제 사건으로 마련된 법안 뿐만 아니라, 이미 21대 국회에서는 다수의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지난 6월 의붓엄마에 의해 9세 아동이 여행가방에 갇혀 숨진 사건과 친모의 학대에 아이가 탈출한 사건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고, 관련 법안 발의에 힘을 실었다. 현재 여야가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에 대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개정 논의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24건으로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더하여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아동 학대 예방·보호 예산을 올해 347억원에서 내년 485억원으로 40% 증액했음을 알 수 있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법무부 등은 공동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복지부는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을 개편하여 위기 아동 예측률을 높이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118개 시군구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추가 배치해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부처별로 연계하고 위기 아동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아동보호체계를 공공화하고자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면형제 화재 사건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현재 형제는 여전히 병원 중환자실에 있으며,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로 호흡을 하고 있고 의식도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형제를 돕기 위한 국민들의 성금은 계속 되고 있다. 학산나눔재단은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지정 기탁한 성금이 벌써 1억2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형제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복지의 사각지대가 빠른 시일내에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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