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11월 3일부터 4일까지 치러진 2020 미 대선이 사실상 조 바이든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재선을 노리던 공화당의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이에 맞서는 민주당 조 바이든의 격전은 수많은 논란과 혼란을 낳았다. 지난 7일 조 바이든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었으나, 투표 과정과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때문에 미국 내의 혼란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2020 미 대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 (출처:VOA 코리아)

사상 최고로 격렬했던 이번 대선

 이번 미 대선은 역대 대선 중에서도 가장 격렬했다고 여겨진다. 두 후보의 이념적 갈등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층 간 갈등 역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서로 적대적인 두 진영이 50:50에 버금 갈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자, 단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두 후보는 역량을 총동원하였다.

 이번 투표가 격렬하다는 사실은 투표율에서도 나타났다. 미 NBC 뉴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66.8% 투표율(약 1억 6천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전의 기록은 1952년의 63.3%였으며, 가장 최근에 투표율이 60%를 돌파한 것은 1968년의 60.9%가 마지막이라는 사실과 함께 본다면 이는 굉장히 놀라운 수치이다.

 조기 투표(한국의 사전투표 제도와 유사) 열풍 또한 굉장히 거셌다. 최종 집계된 조기 투표의 총투표수는 약 1억 1백만이다. 이는 총투표수의 약 68.7%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기 투표 열풍과 조 바이든 후보 지지층의 적극적인 캠페인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혼란스러웠던 조기 투표와 우편 투표

 이처럼 조기 투표가 전체 투표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투표의 일종인 우편 투표의 무효를 주장하며 큰 혼란을 일으켰다. 미국의 조기 투표 제도는 주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은 직접 기표한 투표용지를 우체통에 넣거나 우체국에 전달함으로써 진행된다. 이 투표용지들은 미국 우정공사(USPS)가 각 지역의 개표소로 전달한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본 투표일 하루 전인 11월 2일 우체국 소인이 찍힌 투표용지까지 인정해준다. 이는 투표용지의 배송이 늦어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발생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투표용지가, 너무나도 오래 지연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경합 주 13곳에서 700만 장의 표가 아직 배송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합 주의 2400만여 표 중 28%에 달하는 수치이다.

 주별로 규정은 다양하나, 대부분의 주에서는 본 선거일을 기준으로 1~7일 이내에 개표소에 도착한 투표용지만을 인정한다. 배송이 늦어지자 일부 주에서는 인정 기간을 늘리는 조처를 하기도 하였으나,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직도 2600만여 표가 도착하지 않아 사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우편 투표의 무효를 주장하다

 이렇게 우편 투표의 신뢰성이 의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는 사기’라며 우편 투표의 무효를 주장하였다. 이는 우편 투표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불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우편 투표에 참여하였는데, 실제로도 다수의 선거구에서 우편 투표용지가 배송되면서 바이든의 득표율이 급속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트럼프는 선거일 전부터 꾸준히 선거 조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으나, 대다수의 미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들조차도 이를 ‘가짜 뉴스’라며 반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바이든의 승리 선언 이후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선 불복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경합 주인 필라델피아 주에서 68만 표가 불법적으로 처리되었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지난 16일 취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동시에 자신의 트위터에서는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라는 글을 올리며 여전히 선거 불복을 주장했다. 그러나 트위터 측은 이 게시물에 “공식 소스들은 이 선거 결과를 다르게 집계하고 있다”라는 경고 문구를 통해 사실상 ‘가짜 뉴스’임을 표시하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이 있다.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고, 권리를 주장하며, 정치인들을 평가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마다해왔던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국제사회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승자는 앞으로의 다짐과 의지를 밝히며, 패자는 겸허히 패배를 인정하며 승리자를 축하해주던 승리·패배 선언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 자리에는 진흙탕 싸움과 국가 분열의 위기만이 존재한다.

 미국 언론 대다수는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대우하며 사실상 대선 승리자로 인정하였다. 반면 트럼프의 측근과 공화당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가운데, 앞으로 트럼프가 어떻게 행동할지 지구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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