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발표한 논문이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인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나,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일본 등 각국의 학계에서 크나큰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는 10살 소녀 또한 자발적인 매춘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비판에 결국 램지어 교수는 논문에서 근거로 삼은 ‘매춘 계약서’는 없다고 실토하였고, 논문에 오류가 있다고 시인하였다.

강연 중인 램지어 교수의 모습

램지어 교수의 논문

 램지어 교수는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에 게재한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서 위안부 피해자는 ‘자발적인 성노동자였으며, 위안부는 성노예나 전쟁 범죄가 아니라 매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여성에게 매춘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일본군이 매춘부 모집업자와 협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군대를 따라다니는 매춘부들은 전쟁의 위험 때문에 일반 매춘부보다 돈을 더 많이 받았다”고 서술하였다. 이는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전 세계에서의 규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공개됨과 동시에 전 세계의 학계, 정계 등에서는 규탄과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학계에서도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트 교수와 일본사를 전공한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램지어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였다. 또한, 미국 국무부를 비롯해 공화당 영 김 하원의원,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 또한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며 미국 정계도 동참했다.

 또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10살 소녀도 자발적으로 매춘에 참여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문 철회를 주장하는 연판장이 공개되었다. 이 연판장은 전 세계 학자들이 참여하였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하여 지난해 3월까지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피넬로피 골드버그 예일대 교수 등 2300여 명이 넘는 학계의 거두들이 동참하였다.

 

과거 간토 대지진 왜곡 또한 드러나

  이번 논문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에 램지어 교수가 발표했던 간토 대지진 논문의 왜곡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램지어 교수가 2019년 6월 발표한 논문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보안업체’에서는 간토 대지진 당시 발생한 조선인 학살을 왜곡하였다. 논문에서는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일본인 자경단에 살해당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또한, 램지어 교수는 “재일조선인 중에는 젊은 남성이 많았다”며, “젊은 남성은 범죄율이 높다”는 근거로 당시의 재일조선인을 범죄집단으로 간주하는 논리를 펼쳤다. 이 논문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민영화’를 주제로 한 핸드북에 실리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결국 공개가 취소되었다. 핸드북의 공동 편집장을 맡은 앨론 해럴 교수는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며 “원문 그대로 실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와 미쓰비시
 램지어 교수가 이와 같은 논문들을 발표한 배경에는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 그룹이 있다. 램지어 교수의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률 연구 교수’인데, 이는 미쓰비시 그룹이 하버드대에 연구기금을 조성하여 만들어진 자리이다. 하버드대 석좌교수 관련 기록물을 살펴보면, 1972년 9월 미쓰비시 그룹이 하버드대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 시작하며 미쓰비시 석좌교수직이 생겼다. 그 후 1998년 램지어 교수가 정식으로 교수직을 맡게 된다. 1980년대에도 1억 달러가 가까이 더 기부되었으며 지금은 기부금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지원금은 계속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램지어 교수의 배경이 밝혀지자 미국의 한인사회는 미쓰비시 그룹의 불매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이 여파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그 어느 경우에도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조작되고 거짓된 근거에 기반을 둔 주장은 합리적이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반박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학문과 표현의 자유일 것이다. 램지어 교수의 허황된 주장은 학계의 비판과 엄정한 평가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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