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의 이해, 동북아 문화사 등 유수의 문화학과 사상학을 강의하며 한국항공대학교 학우들에게 친숙한 우실하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가 사회학자이자 작가로서, 성공리에 첫 등단을 마치었다. ‘한글, 우주를 품다!:한글 만다라와 신년화’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개인전은 서울 성북구 아트노이드178에서 2월 3일~27일 동안 아트노이드178 초대전으로 진행이 되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그림을 시작한 우실하 교수는 지난 50년 가까이 그림을 좋아하여 작품을 그리면서 작은 전시회도 열고 몇 번 단체전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열리었는데, 먼저 우 교수가 오랫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훈민정음 28자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한 ‘한글 만다라’ 그림과 2009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부터 매년 그려왔던 ‘신년화(新年畵)’들로 총 31점을 선보였다.

우주를 품은 한글... 한글 만다라作

▲ 한글 만다라 2020 – ㅋ 1 … 우실하作

 먼저 전시장을 방문하면 화선지의 전지 사이즈를 넘는 큰 그림이 관객들을 반긴다. 바로 훈민정음 28자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한 ‘한글 만다라’ 그림이다. 위 한글 만다라는 훈민정음 28자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모음 11자와 자음 17바의 제자 원리에 담긴 천(天), 지(地), 인(人) 사상과 1-10까지의 수를 흰색 원과 검정색 원으로 5방위에 배당한 그림인 주역의 하도, 그리고 인간의 발성 기관과 음양오행 간의 관계를 위 작품 속에 조형적으로 풀어내었다. 작품명에 명시된 ‘만다라’라는 개념은 불교에서의 우주적 원리를 도상화한 것인데, 우 교수는 천지인 사상을 필두로 하는 한글의 제자 원리 안에도 이러한 우주적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고 이번 작품에 해당 내용을 승화하였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작품의 상징도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그림 그리는 기법이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동양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레이어를 중첩한 것이다. 우교수는 우유가 묻은 종이에는 더 이상 먹을 담아내지 않는 특성을 착안, 작품 속에 우유와 먹의 농담을 이용한 여러 겹의 레이어를 만들어내었다. 특히, 배경의 글씨들은 ‘세종어제훈민정음’ 서문과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이용한 것으로서, 훈민정음 서문의 경우 앞면에서 우유를 이용하여 보이지 않게 서문을 쓰고 뒷면에서 다시 먹의 농담을 달리하여 써서 실제 그림에서는 읽을 수는 없는 ‘글자 아닌 글자’로 구성적인 요소로 활용되었다. 이를 통하여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뒤엉켜 탑을 쌓으며, 먹의 농담으로 그은 획과 선이 깊은 입체감까지 품게 되는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작품에 대하여 김노암 LG 시그니처아트갤러리 예술 감독은 “ 한글의 제자(制字)원리와 철학을 조형적 상상력과 표현으로 매력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한글을 하나의 소재나 단순히 조형적 형식에 묶지 않고, 한글의 조형미를 살리며 본래 한글이 담고 있는 세계관을 동북아 원형문명의 깊은 사유와 연결한 상징체계로 해석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라고 감상평을 내놓았다.

신년을 맞이하는 신년화... 그 해에는 어떤 염원이?

▲ 2021 신축년 신년화 … 우실하作

 위 전시회에서 또 다른 한 축은 2009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부터 매년 그려왔던 ‘신년화(新年畵)’들이다. 매해 그리는 신년화는, 올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작가로서는 12 지지(地支)의 해를 모두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에는 2009년 ‘소의 해’부터 2021년 ‘소의 해’까지 12 지지를 한 바퀴 도는 12점에 다시 돌아와 겹치는 ‘소의 해’ 그림까지 13점을 선보였다. 해당 작품에는 갑골문과 금문 등 고대 글씨에 보이는 해당 연도 12간지(干支)에 해당하는 한자와 고대 부족의 상징 문양인 족휘(族徽)의 상징 부호들, 그리고 당시 상황에 맞는 부적 등을 이용하여 구성하였고, 주변 여백에는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대신하여 한글을 파자하여 쓰고, 우유를 이용하여 탁본 기법을 응용하여서 그린 점이 특징인 작품이다. 다만, 한글 만다라의 훈민정음 서문과 마찬가지로 한글로 쓴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은 실제 그림에서 읽을 수는 없는, ‘글자 아닌 글자’로 형상화되어있다. 또한, 두드려서 먹을 찍어내는 탁본 기법을 새롭게 활용하여, 글자를 도드라지게 하였다. 이러한 우 교수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은 작품의 의미를 한층 더 부각시킨다. 올해의 신축년 신년화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펜데믹이 종료되고, 다시 정상화되기를 기원하며 전염병 퇴치부 부적을 그리었다. 또한, 신축년의 신(辛)자와 축(丑)자의 갑골문과 금문을 오래된 순서로 5개씩 쓰고 탁본 기법을 통하여 해당 문자가 도드라지게 하였다. 특히, 신축년의 ‘신‘은 굽은 모양의 칼을, ‘축‘은 맹금류의 발톱을 형상화한 문자를 의미하는데, 작가는 이를 전염병 퇴치부와 연결하여 전염병을 휘어잡고, 잘라버리라고 기대하며 작성하였다고 말하였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예술적으로 승화하여서 담은 작품인 한글 만다라와 신년의 소망과 기원을 담은 작품인 신념화를 전시하였던 이번 우실하 작가의 ‘한글, 우주를 품다!:한글 만다라와 신년화’ 전시전.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우 작가의 다양한 실험적인 미술 기법과 한글의 창제 원리 및 그 의미가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러한 작품으로 한글 한류를 온전히 실현해보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제대로 실현된 것은 아닐까. 비록 전시회는 끝났지만, 해당 작품들의 자세한 설명을 담은 도록은 우실하 교수의 홈페이지인 www.gaonnuri.co.kr 에 게시되어 있으니, 이 기사를 읽으신 학우분들은 한번 도록을 정독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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