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주식과 비트코인의 열풍에 휩쓸렸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곳에 뛰어들고 있다. 평소에는 주식의 ‘주’ 자에도 관심이 없었고, 2020년 주가 대폭락 사태 이후 주가가 회복을 거쳐 상승을 기록한 뒤에도 ‘그러던가 말던가’라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필자의 친구들까지 필자에게 주식을 묻고 있다.

김강현 기자

 한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대학 동기 비트코인 이야기를 해줬다. ‘리플’이라는 한 비트코인을 구매했는데 바로 얼마 뒤 –36.70%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비트코인 갤러리라는 한 사이트에 그 사실을 글로 올렸더니 사람들이 추천을 해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대하여 어떻냐고 묻길래, 바로 하지 말라고 일축해 주었다. ‘돈을 복사하고 있잖아!’라고 사람들이 매일 외치고 있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고 묻길래 그 친구에게 코스피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모른다고 하길래 그럼 차트 보는 법은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모른다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뛰어들어서 돈 잃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단타는 절대로 안 칠 거고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에만 묻어둔다고 했다. 솔직히 생각해보았을 때 이런 거 공부하고 주식에 뛰어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평소에는 자기 좋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 없던, 정말로 착한 친구가 주식에 뛰어든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서 해본 말이었다.

 사실 사람들의 돈이 주식에 몰린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제로 금리 시대에 돈이 몰릴 수 있는 다른 분야인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며, 더욱이 그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태라 자금이 없는 청년층들의 돈은 주식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뉴스나 주변을 보면 요즘은 다들 숫자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의 집값이 이전에는 10억 하던 것이 18억이 된 것을 보며 좋아하고, 반대로 10억 할 때 팔았던 집이 18억이 되어있는 것을 보며 땅을 치며 팔지 말 걸 하고 후회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얼마만큼 올랐는지 빨간 숫자를 보며 환호하고, 반대로 파란 숫자를 보며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하락한 걸 보며 누군가는 조급해한다. 그뿐 아니다. 최근 터져 나온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논란을 보면 숫자를 이용하여 고객들을 등쳐먹기도 한다. 무작위라는 이름 아래에 게임 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쓸모없는 옵션이 더 자주 나올 수 있도록 특정 로직을 만들어 확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트럭 시위에 나서 넥슨 본사와 국회 앞에 보내는 등 크게 반발했고,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에 있다.

 며칠 전 보게 된 ‘그것이 알고 싶다’ 딥페이크 편을 보며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숫자에 지배당할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0과 1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얼굴을 합성하며, 심지어 목소리까지 흉내 낸다면 그것이 정말로 무서운 일이 아닌가. 옆 나라 독재 국가에서는 벌써 CCTV를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기술까지 사용하고 있다던데, 세상이 정말로 무서워지고 있다. 옛날에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늘어간다’. 나는 그 말이 사실 숫자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논밭의 길이를 재고 강우량을 측정하는 등 단순히 생계의 문제에만 숫자가 크게 적용했다면, 이제는 남을 흉내 내고, 감시하는 데까지 숫자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이 아닌 사람의 아름다운 내면 같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것들을 추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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