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연대에 대한 두 나라 역사학의 일부 기록이 진실에 부합되지 않으며 이는 중국 역사학자들이 대국주의, 대국쇼비니즘(사회집단의 다른 사회집단에 대한 배척적·적대적 태도)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데 기인한다.” 중국 마오쩌둥 전 주석의 동지이자 중국인에게 존경을 받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1963년 6월 28일 중국을 42일간 방문한 북한 조선과학원 대표단 20명과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한 ‘저우언라이 총리의 중국·조선 관계 대화’라는 제목의 중국 정부 발행 문건에 실린 내용이다. 저우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민족은 고대부터 중국 동북부에 거주했으며 발해는 한국사의 일부분”이라며 중국 국수주의 사학자들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 왜곡을 통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50여 년이 흐른 현재 중국 공산당을 이끄는 지도부와 초기 지도부의 한국 및 중국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국수주의 사학자들을 비판하던 지도부의 모습 대신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현 지도부에 이르러 역사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통한 지배 체제 강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왜곡은 역사를 넘어 문화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어 자칫 중국의 힘의 논리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삼킬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노골적인 역사 왜곡… 동북공정이란?

 동북공정을 비롯한 여러 공정들은 현재 중국 국경 내에서 전개된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고자 하는 역사적 사실 왜곡 연구 프로젝트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중국 공산당의 애국주의에 기반한 체제 강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들은 중국 공산당이 1982년 12월 제5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 때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채택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즉, ‘중국 현재 영토에 존재했던 민족·역사는 모두 중화민족의 일부’라는 중화민족 이데올로기를 창조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학문적으로도 1986년 장보취안의 ‘중화일체론’ 등을 통하여 ‘중국 내 여러 민족들이 교류를 통해 결국 중화민족으로 일체화됐다’라는 이론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적 왜곡 프로젝트인 역사공정은 티베트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한 1986년 ‘서남공정’, 2002년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을 막기 위한 ‘서북공정’과 고구려 및 발해 역사를 중국 민족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 등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대부분의 역사 공정들은 중국 영토 내 일이라는 이유와 국력의 차이 등으로 중국 뜻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다른 공정들과 달리 동북공정은 중국과 독립된 국가인 대한민국의 한민족 역사와 직접 부딪쳤다. 결국, 지속적인 한국의 항의가 이어지자 중국은 표면적으로 2007년 동북공정 중단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온라인 및 국제사회 인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적 침탈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를 넘어 문화까지… 신(新) 동북공정 주의보

 이러한 중국의 사실 왜곡은 역사영역을 넘어서 문화영역까지 확대되어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정도로 힘이 강해지면서 애국주의에 기반한 체제 강화를 위해 동북공정을 비롯한 확인이 힘든 과거뿐 아니라 너무 자명한 최근의 역사도 뒤틀어 해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복과 김치 등 우리나라 고유문화까지 자국 것으로 편입하려고 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암암리에 진행 중이다. 대부분 중국 네티즌이나 유튜버 등이 논
란을 키우면 분위기를 보고서 정부가 이를 정리하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한국 음식 김치를 중국에 사는 조선족의 문화로 알리려는 시도가 있다. 환구시보 등 중국 애국주의 매체들은 지난해 11월 파오차이(중국채소절임)의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 인증 소식을 전하며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제 우리가 김치 산업의 세계 표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엔 유명한 중국 음식 유튜버 리쯔치와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김치담그는 모습을 온라인에 올리는 등 김치를 중국 것인 양 오해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다. 관련 내용을 한국 네티즌이 항의하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는 “자신감이 없으면 의심이 많아지고 갖가지 피해망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김치는 중국 5000년 역사의 한 획이고, 우리는 이러한 문화유산과 중화민족의 창조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문화산업까지 침투한 신(新) 동북공정

논란의 ‘빈센조‘ 드라마 PPL 장면 출처: TVN

 특히, 최근에는 위와 같은 신(新) 동북공정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문화산업을 악용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이 되고 있다. 최근 시원한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주목을 받고있는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중국산 비빔밥 PPL이 나와 논란에 이르렀다. 빈센조에서는 중국어로 적힌 용기에 담긴 차돌박이 돌솥비빔밥이 등장하며, 주인공들은 비빔밥 종류의 중국산 인스턴트 제품을 먹는다. 이와 관련하여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중국은 김치,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와 같이 중국은 공산당과 학계 외에도 네티즌과 인플루언서 등이 합세해 갈수록 조직적이고 활발하게 역사 및 문화 공정을 펴고 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 외에 중국 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학계의 연구가 시급하다, ‘예민한 외교 관계’ 등 이유로 소극적 대응을 해온 정부의 전향적인 적극 외교가 학계 연구 성과와 시너지 효과를 내야만 우리 역사를 온전하게 후대에 넘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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