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군사 쿠데타로 시작된 미얀마 사태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두 달이 넘는 기간동안 미얀마 시민의 민주화를 위한 시위는 점점 거세졌으며, 미얀마 군부의 진압 또한 점차 강경해졌다. 심지어는 유혈사태마저 미얀마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인 신한은행의 현지 직원마저 군의 총에 맞아 숨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미얀마의 정세가 악화되자 외교부는 미얀마 전역에 여행경보 3단계를 내리며 철수를 강력히 권고하기도 하였다.

 

민주화 운동의 배경

 미얀마는 사실상의 군부독재 국가이다. 2008년 이후로는 표면적으로는 자유 선거를 치뤘으나, 문민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의회 상하원의 의석 25%는 군부가 지명한다는 내용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개헌에는 의회 재적 인원의 75%가 필요하기에 사실상 개헌이 불가능한 의회 구조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의 개혁과 개헌을 내세운 국민민주연맹은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총 의석의 62.4%를 차지한 국민민주연맹은 군부에 개헌을 요구하였으나, 군부는 당연하다는 듯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군부는 총선 과정에 조작이 있었다는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키며 국민민주연맹을 이끄는 아웅 산 수 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체포하였고, 미얀마 전역을 통제하였다.

 사건 초기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에 평화적으로 저항하였으나, 군부의 진압은 강경했다. 쿠데타 이후 일주일만인 2월 8일에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그 다음날인 2월 9일에는 전투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하여 첫 사망자를 내기도 하였다. 이후 크고 잦은 저항과 시위가 이어지다 2월 22일과 28일에는 총파업이 이뤄지며 점차 미얀마 전역으로 민주화의 열기가 퍼졌다.

시위 진압을 위해 총기로 무장한 미얀마 군과 경찰 (출처: 국제 엠네스티)

민간인에게 ‘조준사격’

 미얀마 군부의 강경 진압 수위가 심상치 않다.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상황이고, 심지어는 시위대가 아닌 민간인에게도 조준사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3월 5일 집 안에 있는 민간인에게 밖에 있던 군인들이 조준사격을 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군부가 저격수를 동원하여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3월 15일 만달레이의 한 마을에서 고등학교 학생이 저격수에 의해 사망하였다. 이 학생은 거리에서 총성을 듣고 친구 집으로 피신하였으나, 저격수가 쏜 총탄 두 발을 맞고 숨졌다. 유가족은 딸의 시신을 몰래 병원 근처에 묻었다고 밝혔다. 시신의 위치가 공개되면 군부가 시신을 훔쳐 사인을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부는 ‘다 잘될 거야’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대에 참가했다가 숨진 19세 소녀의 무덤도 도굴한 바 있다.

 

군부의 입틀어막기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실상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현지 매체와 언론을 통제하고, SNS와 인터넷을 끊기도 한다. 3월 17일 이후로 미얀마의 모든 언론사는 강제로 폐쇄되었다. 남아있는 매체는 군부 소유뿐이다.

 미얀마의 프리랜서 기자인 투 자 씨는 지난 5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그는 “군경이 기자를 체포하고 있다”며 기자를 나타내는 ‘PRESS’가 적힌 헬멧과 조끼를 입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지금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 성명을 내왔으나, 실질적으로 군부에 큰 압박을 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일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였으나, 앞서 그랬듯 여전히 구두 경고에만 머물렀다. 안보리의 미적지근한 대응의 배경에는 회원국 간의 갈등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거부권 행사와 반대로 인해 실질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AFP에 따르면 이번 규탄 성명에도 이 두 국가와 서방 국가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추가적 조치의 검토를 준비한다”는 표현이 빠졌다.

 

 군부는 미얀마 내부의 상황을 어떻게든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 언론과 정부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에게도 ‘봄’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