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편집국장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던 나라였다. 서로에게 침묵을 강요하던 사회였다. 그러나 부끄러워 할 필요 없다. 숭고한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얻지 않았는가? 죽음을 각오하고 불의에 저항했던 사람들 덕분에 지금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종종 자유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는 산소와 같아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지만 소중함을 잊게되는 것 같다.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직도 지구촌에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제 3세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우리 주변 국가만 보더라도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국가가 굉장히 적지 않은가? 그리고 미얀마, 지금 민주주의의 열기가 제일 뜨거운 곳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뉴스에 나와서 좀 알게된 것이지, 이때까지 미얀마라는 나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부끄럽지만, 그냥 ‘동남아시아 어딘가의 못사는 나라’가 미얀마에 대한 생각의 전부였다. 그렇지만 요즈음 나는 미얀마가 가장 관심 있는 나라이며, 좋아하는 나라이고, 응원하는 나라이다. 

 

 단순히 이슈가 뜨거운 나라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미얀마에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을 비추어 보고 있다. 처음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과 마찬가지로 잠깐 이슈가 되었다가 실패하고 결국에는 잊혀질 줄 알았다. 혹은 잠깐의 소요 사태와 함께 사그라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미얀마의 시민은 저항했다. 미얀마 시민이 저항할 때마다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이 떠오른다. 누군가 총에 맞았다는 뉴스를 보면 피를 흘리며 실려나가는 이한열 열사가 떠오른다. 미얀마의 수녀와 수도사가 군대를 가로막았다는 뉴스를 보면 시위대를 피신시켜주던 명동성당이 떠오른다.

 

 우리나라가 그랬듯, 미얀마의 시민도 민주주의와 자유를 얻어내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나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20세기에 비해 지금은 군·경의 진압력과 통제력이 너무 강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무리 많은 시민이 참여하더라도 민간인을 ‘학살’하는 군인을 이길 수는 없다.

 

 6월 항쟁이 성공했던 이유는 물론 시민들의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다. 다만, 외부의 영향도 적지 않게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은 강제진압을 시도하는 부대 정문에 전차를 보내는 무력시위를 통해 군부대 동원만큼은 어떻게든 저지하였다. 또한 당시 군 내부에서도 사기가 저하되고 분열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는 어떠한가? 애초에 이번 사건은 쿠데타로 시작되었다. 계엄령을 선포하여 지금 현재도 군부가 무자비하게 실탄을 시위대에 발포하고 있다. 시민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미얀마는 오랜 기간 군부의 독재가 이뤄진 나라이기에 시민과 군인 사이의 괴리도 굉장히 크다. 결혼도 군인 가문 끼리만 하는 등, 아예 다른 사회를 살기 때문에 진압하는 데에 거부감이 적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의지만으로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전세계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선배로서, 동지로서 미얀마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 각 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고, 자금줄을 끊는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나라를 잃은 설움과 민주화의 고통을 둘 다 겪은 나라가 아닌가? 우리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히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얀마 군부가 시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개입은 굉장히 신중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으로 이뤄낸 것의 부작용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등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광복이 타 국가에 의해 이뤄지자 일어난 일들은 이미 충분히 배웠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이지만 신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단 1도가 부족한 99도에서는 끓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미얀마의 열기는 99도이지 않을까. 1도의 도움을 보태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먼저 겪은 선배로서, 국제사회는 미얀마라는 후배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우리도 각자 제자리에서 미얀마를 돕자. 그렇기에 나는 우선 대학생으로서, 기자로서 미얀마의 소식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미얀마에게도 봄은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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