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성별 갈등이 극단에 치닫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힘죠’, ‘허버허버’, ‘보이루’ 등이 서로의 성별을 혐오 시 여기는 단어라며 금지어의 낙인을 찍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서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별 갈등은 정치권에 마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의 성별 간 득표율 차를 들 수 있다. 이번 항공대신문 문화란에서는 점점 극단화된 나머지 성별 전쟁으로 변모된 대한민국의 성별 갈등과 그 영향에 대해서 다룬다.

 

 이 단어, 혐오 표현인가요? - 언어 전쟁

 성별 갈등은 언어의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신조어를 둘러싸고 언어 전쟁이 굉장히 격렬한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수많은 유튜버의 영상과 웹툰 등에서 ‘허버허버’, ‘웅앵웅’, ‘보이루’ 등의 표현을 둘러싸고 남녀 간의 갈등이 휘몰아치듯 쏟아졌다.

 특히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외 두 가지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는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판매가 종료되기도 하였다. 문제가 된 이 단어의 유래는 “남자 친구가 입을 메기같이 벌리고 허버허버 먹는다”고 쓴 어느 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이다. 일부에서는 이 단어의 의미부터가 남자친구의 게걸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함이기에 남성 혐오 표현이라 주장하며, 다른 일부는 단순한 신조어이며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이루’라는 신조어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유명 유튜버 ‘보겸’에 따르면, 이는 자신의 유행어로, ‘보겸’과 ‘하이루’를 합친 뜻이다. 그러나 최근 세종대학교 초빙교수 윤지선의 논문에서는 ‘보이루’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보X’ 와 ‘하이루’를 결합한 단어로 쓰인다며, 여성 혐오 단어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에 보겸은 4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튜버 하나 잡고 선동하고 사람 한 명 여성 혐오자로 몰아간다”며 윤지선 교수에 대한 고소 의지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처럼 언어 전쟁은 우리 사이에 깊숙이 침투한 나머지 ‘만물혐오설’이라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혐오 언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최근의 사례들에는 합당한 증거 없이 상대방을 ‘혐오자’로 낙인찍기 위한 목적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 말이 무조건 맞아”

 혐오 전쟁은 우리 문화에도 침투하였다. 작년 8월부터 10월 사이에 있었던 네이버 웹툰 검열 논란은 기안84의 ‘복학왕’ 여혐 논란으로 대표된다. 올해 초부터 있었던 성별 갈등만 하더라도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 ‘박나래 성희롱 사건’, ‘GS25 포스터 논란’ 등 수많은 사건·사고가 넘쳐난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간의 갈등만으로 나타났던 성별 갈등과는 달리, 이제는 취업, 예능, 실생활 등 모든 분야에 서 혐오 전쟁이 나타나고 있다.

 박나래 성희롱 사건은 한 사건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최근의 갈등을 잘 설명한다. 박나래는 유튜브 콘텐츠 ‘헤이나래’에 주연으로 출연하였다. 이 영상에서 문제가 된 것은 박나래의 성적인 행동이다. 남자 인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성기를 강조하거나, 남성의 자위행위를 표현하는 듯한 행위를 포함한 여러 유사 성행위를 흉내 낸 것이 핵심이다. 이에 박나래는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였고, 동시에 헤이나래의 폐지가 이루어졌다.

 문제는 단체별로 나뉜 반응이다. 박나래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박나래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게시판을 통해 “하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희롱 관련으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인 박나래의 출연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반대의 의견을 내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는 5월 4일 논평 ‘성평등을 위한 ‘성희롱 문제제기’인가, 성평등을 막는 ‘백래시’인가?’를 통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성희롱 문제 제기가 아니라 주장하였다. 특히, “이번 사안의 본질은 성희롱이 아니다. 성평등에 대한 백래시이자 여성 연예인에 대한 괴롭힘”이라며 “억지 논란을 받아들여 백래시에 힘을 실어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역설하였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의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성별 갈등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은 분명 서로의 입장 차이가 다시는 좁혀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것이다.

논란에 휩싸인 GS25의 포스터 (출처 : GS25)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GS25의 홍보 포스터를 두고도 인터넷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성 혐오가 만연하다”라 주장하고, 다른 측에서는 “지나친 의미부여”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GS25의 캠핑 행사 홍보 포스터이다. 소세지를 집고 있는 손 모양이 극단적 여성우월주의 단체인 ‘메갈리아’의 상징과 같다는 의견이 나오며 논란은 시작되었다. 또한, 세로로 배치된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이라는 문구도 뒷부분만 읽어보면 ‘megal’이 된다. 이러한 지적에 GS25는 황급히 손을 삭제하는 등 이미지를 수정하였으나, 바뀐 이미지에는 ‘관악 여성주의 학회’를 상징하는 이미지와 흡사한 문양이 추가되었다. 결국 GS25는 2차 수정을 통해 논란이 된 문구와 문양을 모두 삭제하였다.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과거의 ‘일베 문양 논란’ 과 같은 선상에서 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베’를 의미하는 ‘ㅇㅂ’마크를 각종 엠블럼과 이미지에 숨기던 행위와 마찬가지로 ‘혐오 상징’을 곳곳에 숨겨둔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일부 도안이 오해를 일으켰을 뿐, 혐오 의도를 지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GS25는 사과문을 통해 “영어 문구는 번역 사이트를 이용한 것”이고, “이미지 또한 유료 사이트의 소스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포스터뿐만 아니라 과거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이번과 유사한 상징들이 발견된다며 “실수가 반복되면 고의”라는 의견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과거의 성별 갈등은 일부 극단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갈등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마저 영향을 받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과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증오의 불길이 가라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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