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편집국장

 우리 사회에 혐오와 증오가 만연하다. 자신과 아주 약간이라도 다르면 상대방은 ‘적’이 된다.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적’이고, 나이가 달라도 ‘적’이고, 나와 성별이 달라도 ‘적’이다. 이렇게 적이 된 상대방은 더 이상 나와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다. 사악하고 증오스러우며 무찔러야할 ‘절대악’이 된다. 왜냐? 나랑 ‘다른’ 사람은 존재해서는 안 되고,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잘못된’ ‘틀린’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이를 증오하는 우리

 정치 갈등, 세대 갈등 그리고 성별 갈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렇게 나열된 순서대로 갈등이 심각해졌던 것 같다. 처음에는 정치 갈등이었다. 좌파니 우파니 나누고, 수꼴이니 빨갱이니 나누면서 자연스레 정치적으로 의견이 다른 사람은 ‘악당’이 되어버렸다. 옛날부터 정치얘기는 함부러 꺼내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었겠는가?

 그 다음은 세대 갈등이다. 꽉 막힌 꼰대와 버릇없는 요즘 것들. 변화하는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거리감 또한 멀어졌고, 자연스레 소통은 단절되었다.

 이제는 성별 갈등이다. 요즘 가장 극심한 성별 갈등은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이유가 있든 없든, 그 이유가 정당하든 아니든 간에 나와 다른 성별을 두고 ‘한남’이니 ‘김치녀’니 하며 서로를 증오하고 헐뜯기에 바쁘다.

 이러한 증오의 문제점은 일부를 보고 성급하게 일반화한다는 점에 있다. 각자가 주장하는 ‘혐오스러운’ 모습이 실제 현실에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매우 극단적인 사례를 두고 그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 퍼지고 있다.

 “저 정당의 사람들은 다 저래. 저 세대 사람은 다 꼰대야. 요즘 남자/여자들은 다 멍청해” 이런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잘못된 것이라고는 인지하자. 우리는 의무교육을 마친 지성인, 교양인이지 않은가?

 

인정,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찾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이 떠오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나와는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정말 기본적이고 당연한 사실이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좀 더 쉬운 말로 나와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쉬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사회인으로서,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태도는 ‘인정’이다. 왜냐? 그 누구든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해도 가끔은 오답을 제출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도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가? 그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항상 정답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또한, 우리 사회에는 ‘정답’이라는게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가장 낫다고 합의된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정의 태도가 결여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내 말이 맞는데 왜 안 들어?’라고 서로 소리지르지 않을까? 갈등이 점점 격해지면 내 의견에 반대하는 상대방은 내가 물리치고 압도해야할 ‘적’이 된다. 합리적인 설득과 토론은 잊혀지고, 비난과 비방, 인신공격 등 초등학생과 중학생마저 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용(中庸)의 미를 추구하자

 인정은 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과 ‘정답과 오답’을 구별하자는 것이다. 중용의 자세는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에서는 공통적으로 ‘중용’의 덕을 강조하곤 한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중용은 상황별로 달라지는 말과 행동의 ‘판단력’을 의미한다. 지나쳐도, 모잘라도 나쁜 것이니 적절함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설득할 때, 내 의견만이 옳다며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싫어할까봐 무시하거나 너무 무르게만 말하는 것 또한 내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마라’이다. 누군가 나에게 남자란 이유로 차별하고 욕을 하면 당연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다른 이에게 여자란 이유로 차별하고 욕을 해서는 안 된다.

 

 정말 간단한 사실이다. 이 글에 쓰인 내용을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아도 모른다고 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증오하는 것일까? 서로 단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면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되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더더욱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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