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룡기업’인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는 투자 계획과 고용을 구체화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따라 두 기업과 천문학적인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등 국내외 여건 악화로 국제적인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각국의 반도 체 산업 지원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한국 정부는 제대로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인텔, 美·유럽서 광폭 행보...TSMC도 ‘대규모 투자’

 인텔은 팻 갤싱어 CEO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잇따라 투자 행보를 보이며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팻 갤싱어 CEO는 이날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반도체 산업 육성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R&D와 반도체 제조공장을 포함한 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예루살렘에는 인텔의 자회사인 자율주행 업체 모빌아이와 관련 4억 달러 규모의 R&D 시설이 세워지며, 하이파 지역 일대에 2억 달러의 반도체 설계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번 투자와 관련 약 6000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인텔은 지난 3월, 다가오는 2024년까지 20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2개 신규 공장의 건설과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증산에 나서겠다”고 언급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도 관측됐다. 삼성의 최대 라이벌이자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TSMC도 대만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신규 투자와 고용 계획을 속속 히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애리조나 최첨단 공장에 투입될 현지 인력 250명을 채용했다. TSMC는 지난달 성명에서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약 110조 원)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발표한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 원) 투자를 포함해 4년간 무려 144조 원의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것이다. 아시아권에 대한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TSMC는 지난 2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200억 엔(약 2123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법인 등을 설립한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 난징 공장에도 28억8700만 달러(약 3조 2000억 원)를 들여 차량용 반도체 생산시설 등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모습은 두 라이벌 기업과 상당히 대조되고 있다.

 

총수 부재 삼성, 글로벌 경쟁 밀릴 수도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한 경기도 평택캠퍼스 3공장에 대한 신규투자 등 국내 투자계획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하지만 총수 부재로 인해 두 라이벌 기업에 비해 핵심적인 투자 결정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각계에서 사면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와  부는 일단 선 긋기에 나섰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총수의 결단 없이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사실상 쉽지 않다”라면서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사면 검토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인 문제도 걸림돌

 정치적인 문제도 삼성전자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협회 회장단은 건의문을 통해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대만과 일본이 미국의 반중 연합에 앞장서고 있는데, 반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애매한 ‘양다리 외교’를 펼치고 있어서 논란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이자 글로벌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미·중의 압박과 경쟁업체 틈바구니에서 기업 자신의 힘만으로는 생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과 긴밀한 소통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 전략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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