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현 정기자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혐오와 선동으로 점칠된 광기의 시대를 보는 것 같다. 세대, 성별, 빈부 격차 등 모두가 상호 대척점에 있는 상대를 혐오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원한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부추기며 표심 얻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전 세계 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 말기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요즈음 군대 내 부실 식단 및 과잉 방역 논란 역시 정말 조선 말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조선 말 임오군란이 어째서 일어났는가? 조선 왕조의 부족한 재정 상태에 민 씨 일가의 부정부패가 더해져 신식 군인과의 차별 대우를 끝내 버티다 못한 구식 군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병조판서 민겸호는 구식 군인들의 봉급을 횡령하고 그나마 나온 급료는 쌀겨와 모래를 섞은 채로 양은 기준보다 적게 배급하였다. 고종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했지만, 정작 횡령의 장본인인 민겸호에게 사건조사를 일임하였고 이는 결국 구식 군인들의 군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대한민국 국군은 부실 식단을 지급하던 것이 휴대 전화 촬영으로 인터넷을 통해 들키자, 일부 부대에서는 자가 격리자들에게 휴대 전화의 반납을 지시하였다는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는 또 다른 논란이 폭로되었다. 이미 국운이 기울대로 기운 조선 말이나, GDP 12등의 세계적인 강국 중 하나가 된 현재나 사람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을 보면 이는 한민족의 유서 깊은 전통이라 볼 수 있겠다.

 

 인터넷 상의 문제로 여겨졌던 성별 갈등 역시 지난 4월의 재보궐선거로 정치계에 영향을 미칠 만큼 극심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나치게 페미니스트적인 정책만을 추구하였던 여당은 정작 성추행 문제로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페미니스트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였다. 이는 가장 큰 피해자들 중 하나인 2030 남성들을 야당으로 결집시켰고, 결국 재보궐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불편함 떼쓰기에 정치인들이 호응하며 사회가 바뀌는 것을 본 젊은 남성들은 똑같이 불편함을 제기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결국 GS25 남성 혐오 논란 사태로 이어져 성별 갈등이 인터넷이 아닌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이전부터 화제였던 부동산 폭등과 최근 새롭게 인터넷 뉴스의 일부를 장식하고 있는 가상화폐 뉴스는 광기의 대미를 장식해주고 있다. 안 그래도 비좁았던 취업의 길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더 틀어막힌 상태에서 이미 오를대로 오른 부동산으로 인해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한다는 꿈은 대부분의 청년층들에게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기성세대들이 부동산을 통하여 엄청난 차익을 얻고 그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가운데, 주변에서 몇 달 만에 수백 혹은 수천 배를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30 세대들은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가상화폐 투자에 나섰다. 마찬가지로 미래가 없기로는 비슷한 6070 노년층 또한 노후자금을 가상화폐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투자 광풍이 사회를 휩쓸기 시작하자, 정부는 세금은 내야 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해줄 수는 없다며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였으며 이 말은 2030 세대의 분노를 터트렸다. 가상화폐 거래소 일괄 폐쇄를 언급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5일 만에 14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빈부 격차로 인한 세대 간 갈등 또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말도 안되는 억지 부리기에 대한 감성 공감 요구와 상대방에 대한 혐오로 얼룩져 있다. 미래가 없는 젊은 층과 노년 층은 대부분의 자산을 끌어모아 자신이 산 가상화폐가 오를것이라는 근거 없는 광신에 의존한다. 빨리 이러한 끔찍한 시대가 끝나고 이성과 합리에 의거한 밝은 사회가 대한민국에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