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보호구역 (출처 :  해피다이어리)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발의된 법안이다. 해당 법의 시행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단속 카메라와 신호기 설치 의무와 함께 관련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처벌 수위가 강화되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시행 초기부터 많은 비판에 부딪혔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내 과실로 인한 사고가 강도 등 고의 중범죄자보다 강한 처벌이 부과 되게 되는데 이는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가장 큰 문제로 지적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이 올라왔고 열흘 만에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답변을 통해 “어린이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입법 취지와 사회적 합의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법 개정을 거부했다.

 

‘민식이법 놀이’ 등장…공포에 빠진 운전자들

 민식이법 시행 초기인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민식이 법 놀이’가 유행처럼 퍼지게 되었다. 해당 놀이는 어린이가 어 린이 보호구역에 진입한 차량을 뒤에서 쫓아가면서 차를 두드리고 차가 멈추면 도망가는 방식으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놀이이다. 이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 사고 발생 시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놀이를 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나면 처벌을 받는 것은 오히려 운전자 쪽이 될 수 있다. 또한 ‘민식이법’에 의해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 억울함이 배가 될 수 있다.

 

민식이법 발의 후 무죄 판결 사례

 하지만 민식이법 발의 후 관련 사고 발생 시 무조건 운전자를 처벌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 10월 14일 첫 민식이법 무죄 판결이 나왔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제한속도 인 시속 30km 미만인 시속 28.8km로 주행하였고 피해자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사고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없었고 볼 수 있었다고 하 더라도 브레이크를 작동할 시간이 없어 운전자로서 과실이 없 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례를 통해 민식이법이 관련 사고 운전자를 무조건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닌,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고 블랙박스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면 충분히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법률 전문가가 바라본 민식이법

 하지만 이러한 민식이법에 대하여 법률 전문가들은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정주백 충남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법 원칙 중에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책임에 따라 형벌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져야 하는데, 특정 법 조항만 형벌이 높다면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안 맞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태훈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강간과 같이 고의성 있는 범죄 의 형벌이 3년 이상 징역이다. 스쿨존 내 사고의 경우 과실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에도 3년 이상 징역이라면 균형이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고의와 과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책임보다는 결과로 형벌을 내리는 등 법 원칙이 무너지는 모습이 최근 많이 보인다”며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 스쿨존 내 주·정차를 못 하도록 범칙금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사고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갈림길에 선 민식이법…유지냐 개정이냐

 민식이법이 등장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디어와 SNS에 뜨거운 화젯거리이다. 특히, 발의 당시 유가족에 대한 동정여론에 휩쓸려 성급한 결정을 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시민은 작년 5월에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 시 부모의 책임을 묻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을 제시했다. 민식이법으로 인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운전자가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아 적어도 부모의 책임을 묻게 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저조해 이 청원은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민식이법 개정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관련 행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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