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태양 또는 우주에서 발생해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 피폭에 따른 백혈병이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북극 항공로를 비행하는 항공기에 수년간 탑승한 뒤 백혈병에 걸려 숨진 A씨가 뒤늦게 산재 승인을 받은 것이다. 22일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는 지난 17일 K항공 전직 승무원 A씨의 백혈병에 대해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특히 공단 측은 “업무 중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됐다”며 “방사선과 질병의 인과 관계가 인정됐다”고 산재 인정 이유를 밝혔다. 항공사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 노출에 따른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문제의 북극 항공로…양날의 검?

▲ 경제적이지만 우주방사선 위험이 도사리는 북극 항공로 출처: KBS

 문제가 된 북극 항공로는 북극의 극지방의 상공을 이용하는 항공로를 의미한다. 이러한 북극 항공로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함에 있어 타 항공로(캄차카, 북태평양 항공로 등)에 비해 항공로의 길이가 짧아 비행시간을 많이 단축하게 해주면서, 동시에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경제적 운항을 도모할 수 있기에 항공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항공로이다. 다만 이렇게 최고의 항공로처럼 보이는 북극 항공로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북극 항공로를 비행하는 동안 우주 방사선의 노출 위험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북극은 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지구에서 우주방사선이 가장 강한 지역이어서 방사선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서 이러한 북극 항공로는 우주 방사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항공기상청과 ICAO는 우주기상 예보를 통하여 북극 항공로 이용 시 승무원/승객의 우주방사선 노출(피폭) 정도를 고지하고 있다.

항공 승무원 첫 산재 인정…그 배경은?

 이번에 산재가 인정된 A씨는, 2009년 K항공에 입사한 뒤 약 6년간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문제가 된 미주 노선 북극 항공로를 비행하는 업무를 맡았다. 총 1,176시간가량 북극항공로 비행에 투입된 그는 갑자기 2015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우주방사선에 피폭되고 야간·교대 근무에 시달리는 등 이유가 발병에 영향을 미쳤다며 2018년 산재 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5월 신청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숨졌다. 그로부터 1년 뒤, 근로복지공단의 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17일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역학조사에서 산출한 고인의 누적 방사선량은 보수적 관점에서 산출된 수치이어서, 고인의 누적 방사선 노출량은 1.4~2.1배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산재 여부를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위원회는 특히 “타 직업군 또는 일반인구와 비교해 항공종사자의 혈액암의 발병위험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며 100mSv 이하 저선량의 방사선 노출로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처음으로 항공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이 산재로 인정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우주 방사선 관련 규정 강화 조치 시행

 이러한 산재 인정에 영향을 받은 국토교통부는 관련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규정 개선안을 24일부터 적용 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항공 승무원의 피폭 방사선량 안전기준을 기존 연간 50mSv(5년간 100mSv)에서 연간 6mSv로 낮추게 된다. 특히, 임신한 승무원은 임신 인지일로부터 출산할 때까지 2mSv에서 1mSv로 관리토록 하게 된다. 또한, 소속 항공 승무원의 피폭 방사선량이 6mSv(임신한 승무원은 1mSv)에 근접할 경우 운항노선을 변경하거나 탑승 횟수를 조정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는 등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게 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기준 개선이 항공 승무원의 안전한 비행을 위한 환경조성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북극 항공로 비행과 검색대를 드나들 때마다 엑스레이 검사를 해 방사선에 노출이 될 가능성이 타 직업군에 비하며 매우 높다. 다만, 이번 산업재해 인정과 승무원 방사선 안전 관리 규정 개선을 통하여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된 시초를 마련한 점은 매우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앞으로도, 위와 같이 적극적인 산재 인정과 관련 안전 규정 강화를 통하여 항공사 승무원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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