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한 편집국장

 고요한 적막이 감든 새벽 밤. 글을 쓰면서도 문장이 맘에 안들어, 쓴 글을 다시 지우고 다시 채우며 생각을 해본다. 할 일은 많지만, 그것을 할 의지는 전무하고, 이루고 싶은 꿈이랄까나 이상은 참으로 높지만, 현실은 이를 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이다. 매년 드는 생각이지만, 시간은 참으로 속절없이 흘러간다. 올해도 벌써 2학기 개강을 앞둔, 8월말이다. 시간은 내 속도 모르고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겉은 번지르르해 보이는, 그러한 인두겹을 쓴 아무 실체도 없는 그러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그저 오늘도 시간을 축내고 있는 상태이다. 글쎄.....다만 오늘도 지금 이 상태가 호접몽의 나비 꿈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상의 날개를 보면 첫 구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 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이것이 바로 필자의 현 상황이 아닌가...생각이 든다. 사실 필자는 천재도 아니고 연애도 하지는 아니하지만, 필자도 어딘가에 박제가 되어버린 위 소설과 같은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박제는 되어있지만,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는, 그저 내리막 길을 하염없이 굴러가는 그러한 눈덩이 같은....결국 그 눈덩이가 녹으면 아무것도 없는 그러한 허무한 결말.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내가 생각한 어른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의지를 가진 무엇이든 해내는 멋있는 사람인데. 과거의 내가 보면 지금 내 상황에 대하여 혀를 끌끌 찰 노릇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찌하겠는가. 우물 안에 있는 사나이는 어쩐지 밉지만 돌아가다 생각하니 가엾어지는 것을....오늘도 긴 한숨만이 나오는 한심한 상황이다.

 특히, 감정이라는 것이 참으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감정에 내가 통제당하는, 종속되어 버린 그러한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울 노릇이다. 애초에 별일도 아닌, 이미 다 잊은 일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어김없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참으로 괴롭히고 힘들게 만든다. 더욱이 이미 생각을 정리하였다고 생각하였지만, 관련하여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그것을 도대체 언제 잊었냐는 듯 비웃으며 다시 그 생각과 감정들이 다시 나를 지배하게 된다. 특히, 사람의 귀라는 것이 닫겠다고 닫히는게 아닐뿐더러, 판도라의 상자는 항상 열어보게 된다는 것이 사람의 심리. 항상, 판도라의 상자는 쓸데없는 것으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지만, 열어본 결과는 참으로 최악이다. 아마도 선조의 지혜와 역사를 알고도 답습하며 판도라의 상자를 기어코 열어본 내가 바보인 것일 수도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결과는 참으로 잔혹하다. 아무리 일에 집중해보려고 하여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아니한다. 그냥 무시하고 무엇이라도 조금 해보고자 하지만, 갑자기 관련하여 생각이 문득 들면서 끝까지 나를 방해한다. 다만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 하나 탓할 일이 없다. 판도라의 상자는 그 누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만들어, 더욱이 자신의 의지로 열기까지 하였는데. 글쎄....아마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내 맘대로 되지 아니한 사람 간의 일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보고자 한, 또는 사람 간의 감정적인 부분을 내 이성의 잣대를 들이밀어 이해하고자 한, 아니면 그저 내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아니하고 그저 일을 잘 풀어가고자 한 내 잘못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자신의 자책으로 맺는 하루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다로 도망가고싶다. 어쩌면 저 바다가 나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사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여러 가지 많은 성취도 이루어 내며, 연애도 하고 싶은 필자이지만, 현실은 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단순히 과거에 사로잡히어 미래로 나가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만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아닌 상황을, 이렇게 확대 해석하며 판도라의 상자 탓을 하고 있는 스스로가 참으로 밉다. 다만......마지막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겨져 있듯이, 나도 혹시 그러지는 않을까라는 일말의 마지막 헛된 기대를 해본다, 이에, 오늘도 이러한 외침들을 곱씹으며 언젠가는 날개가 돋지 않을까.....생각을 해본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