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빈 정기자

 지난 8월 15일, 6월부터 지속되어 오던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간의 내전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측의 항복으로 그 막을 내렸다. 부패한 정부와 쇠퇴한 군사력, 미군의 철수를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탈레반의 승리로 내전이 끝나자, 아프가니스탄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카불공항은 아프가니스탄을 하루빨리 탈출하고자 하는 인파들이 몰렸고,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려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그들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처절함이, 탈레반의 지배 아래 살 수 없다는 몸부림이, 우리들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들어 가게한 세계의 판단이, 미국의 판단이 옳았던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 인류 문명의 도덕성은 식민지 시대, 세계 대전 등의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발전해왔다. 이젠 정말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면 도덕적인 지구촌이 완성되었다 할 만큼 우리가 내세우는 평등과 평화의 가치가 갈수록 그 힘과 구속력이 강해져 세상은 유래 없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압도적인 무력으로 점철된 평화는 언제든지 그 갈등의 씨앗을 꽃피울 수 있는 촉진제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 다시금 깨우칠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내세우는 평화는 사실 철저한 이해관계와 어느 한쪽의 강력한 힘으로 간신히 지탱되고 있었다. 국가란 철저한 이익집단임을 이번 아프간 사태가 우리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줬다. 이익이 되지 않자 군대를 빼버려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들어가게 한 미국, 그들을 보며 필자는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 물론 미국의 입장도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를 위해 대신 싸우면서 희생되는 그들의 소중한 젊은이들, 국민들이 피땀 흘려 낸 세금. 이 소중한 재원들을 부패로 인해 썩어가는 국가에 언제까지나 쏟아 부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필자는 미군의 철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시작한 전쟁을, 탈레반이라는 세력을 내버려 둔 채로, 무방비한 아프간을 갑작스럽게 떠나며 종결짓는 것은 탈레반 손에 아프간을 쥐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생각한다. 탈레반이 어떤 조직인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죽이고, 말보다는 총에 더 가까운, 폭력조직 아닌가? 필자는 이러한 점에서 미국의 선택이 몹시 아쉽게 와 닿았다.

 몹시 안타깝게도, 이미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 이를 돌이킬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탈레반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과제가 있다. 국제 사회에 그들의 정권을 인정받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 국제 사회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탈레반들의 아프간을 인정하거나, 아프간에 개입하여 탈레반의 국가 건설을 저지하거나. 필자는 이 상황을 각 국가가 국익과 전체 사회의 도덕성.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라본다. 탈레반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인류 도덕의 쇠퇴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프간에 개입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국제 사회가 현 아프간 사태에 개입해 다시 아프간에 희망의 빛을 비춰줬으면 한다. 지구촌의 도덕성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이익보다 선행함을, 다시는 무력이 개인을, 인간을 짓밟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질문을 하나 던지며 글을 끝내고 싶다. ‘과연 정의는 살아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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