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거명하며 ‘친일 청산’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원웅 광복회장의 올해 광복절 기념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사전에 녹화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 조선일보)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광복절 기념사도 논란

 김원웅 회장은 지난해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평하고, 애국가에 대해선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라고 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난해 별 세한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윤봉길 의사가 암살한 일본 육군 대신 출신인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한 인물이라며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친일 행적을 문제 삼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회장은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행적 인사에 대한 ‘파묘’를 골자로 하는 ‘개정 국립묘지법’의 입법을 주장하여 성난 여론에 부채질을 한 바가 있다. 올해 광복절 기념사도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도 김 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왈가왈부가 이어지고 있다. 보수진영 전체를 ‘친일’이자 ‘반민족 기득권’으로 규정한 데다 청와대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포함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실상 방조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며 이승만·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했다. 직선제로 국민이 선출한 박근혜 전 정권도 여기에 포함했다. 이어 “친일파들은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며 보수진영 전체를 친일파로 규정 했다. “대한민국이 민족 정통성 궤도에서 한동안 이탈했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함께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야권은 8월 15일, 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보수 야권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낸 것에 대해 “반복되는 김원웅 회장의 망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조치하시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한 청와대는 김 회장의 이날 발언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여과하지 않았다. 올해 기념사는 코로나19 탓에 지난 13일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사전 녹화돼 상영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 때도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친일파로 몰아세웠으나 당시 청와대는 ‘관여 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옹호보단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

 김원웅 광복회장의 발언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일부 여론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 자가당착 논란으로 인해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의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할 광복회장이 선을 넘은 것으로 본다. 친일청산 주장은 이해하나 국가보훈처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광복회 회장이 대통령까지 참석한 공식 행사장에서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신인규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념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자기 정치의 장으로 오염시킨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물론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의 망언을 방치하여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에 “그의 논리대로라면 박정희 공화당, 전두환 민정당을 고루 거친 친일파 중의 악질 친일파가 세상에 광복회장까지 해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김 회장은 과거 공화당 공채로 정치에 입문한 뒤 민정당에서 일하기도 했다. 본인의 과거조차 까마득하게 잊은 채로 누워서 침을 뱉는 연설을 한 셈이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행사에서 광복회장은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리고 더 발전된 나라를 만들자는 축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경사스러워야 할 광복절이 광복회장의 편향성 발언으로 인해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독립투사를 기리고 광복을 기념하는 경사스러운 날인만큼, 본래의 행사 취지에 충실해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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