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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
임성묵 기자 | 승인 2021.08.30 00:00

 경기도 안양시 안양중앙공원 근처 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 박모씨는 광복절인 15일 오전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공원 곳곳에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 지도 모양이 그려진 한반도기가 걸려 있어서다. 박씨는 “다른 날도 아니고 국경일인 광복절에 태극기 없이 걸려 있는 한반도기를 보니 해괴망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혀를 찼다.

 

한반도기가 내걸린 안양 시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대호 안양시장은 8월 15일에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광복절을 맞아 안양 전역에 태극기 4500여개와 안양중앙공원(평촌중앙공원) 둘레길에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한반도기 55여개를 한시적으로 게양했다”고 밝혔다. 제76주년 광복절과 한반도 평화를 기념·기원하는 ‘공감평화공원’이 안양중앙공원에서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운영되는데, 이 행사의 일환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날 안양중앙공원 내 공감평화공원에서는 6.15 공동선언실천경기중부본부가 주관하는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개성공단과 북한 과학경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 과학기술과 개성공단 교류 협력 역사 등을 알리는 자리다. 한반도기 게양과 해당 행사는 최 시장과 안양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심의·결 정을 거쳐 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전시회 주변 나무 30여 그루에는 “평화통일로 항일 독립운동 완성하자!”(광복회 경기도지부 안양시의회), “군비경쟁 멈추고 코로나 민생예산 확충하라!”(더불어민주당 안양동안갑 지역위원회), “한반도 70년 전쟁과 대결, 이제는 끝내자!”(안양시 새마을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 대화의 문을 열자!”(진보당 얀앙시위원회) 등과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은 불쾌함을 나타냈다. 60대 주민 정모씨는 “남북평화가 북한에 잘 보여야 찾아온다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며 “당장에라도 뜯어내고 싶다. 휴 일이 끝나면 한반도기 등을 제거해달라는 민원을 낼 예정”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문구를 공개적으로 단 데에는 최 시장 등 시 관계자의 (안보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8월 16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태극기는 13일부터 4500여개를 시내 도로변에 걸었고 한반도기는 통일 염원 행사를 기념해 중앙공원둘레 길에 50여장을 내걸었다”며 “시의회 여야의원 등이 참여한 남북교류협력위 심의를 통과한 행사인데 유력 언론들이 현장은 보지도 않고 왜곡된 기사로 갈등을 부추겨 안타깝다” 고 말했다.

 

“태극기 존엄 훼손” 항의 빗발…

 안양시가 한반도기를 안양중앙공원 일대에 게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에는 관련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안양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태극기의 존엄성을 훼손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등 비판 글 25개가 올라와 있다. 안양에서 35년 넘게 살았다고 밝힌 한 시민은 “안양중앙공원에 갔다가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가 달려 두 눈을 의심했다”며 “각자 사상과 이념은 다를 수 있 으나,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걸어야 했다. 어떤 근거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달았는지 근거를 답변해달라”고 적었다. 한쪽에서는 수위 높은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안양시에 따르면 항의 전화 또한 시청과 행사를 주관한 시민단체에 쏟아졌다고 한다.

 

“평화통일 염원 취지”…수원시도 논란

 안양시 관계자는 “한반도기만 시에 걸린 게 아니라 관내 거리 곳곳에는 광복절 감동을 전하기 위해 태극기가 걸려 있다. 공감평화공원이 있는 안양중앙공원 인근에만 한반도기를 걸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마냥 부정적인 여론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한반도기 게양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광복절을 맞아 평화통일을 염원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광복절을 맞아 한반도기를 달았다가 논란에 휩싸인 지자체는 안양시만이 아니다. 지난 8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염태영 수원시장은 올해 제76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한반도기를 수원시청에 게양했다. 이를 두고 포털사이트 댓글 창에는 “일제에 해방된 광복절에 한반도기가 무슨 말이냐” 등과 같은 댓글이 잇따랐다. 30대 수원 시민 A씨는 “광복절 하루라도 독립 영웅들의 정신을 기억하는데, 태극기가 전면에 부각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 염원을 담아 시청에 8월 14일부터 31일까지 한반도기를 시청에 게양할 계획”이라며 “전날부터 시작된 일이라 현재까지 민원 등 항의 전화는 없다. 한반도 평화 염원을 담은 취지기 때문에 억측은 삼가 달라”고 밝혔다.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날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복절은 광복절 본연의 의미에 맞게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정부와 지자체 같은 공공기관들은 경사스러워야 할 기념일이 이념 갈등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함은 분명하다.

임성묵 기자  sk141iq@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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