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희 기자

한국항공대 신문사에 들어온 후, 처음 칼럼을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칼럼이라고 하면,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이 쓸 것만 같은 느낌도 들면서 시사상식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사람만 쓸법한 느낌이 들었다. 칼럼을 쓰기 위해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선배들과 동기 기자들의 칼럼을 읽어보았다. 본인의 기존 생각처럼 시사상식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쓴 기자도 있고, 자신의 과거 또는 인생에 관해 쓴 기자도 있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에게도 슬쩍 물어봤는데, 칼럼은 수필이니까 여행에 대해서 적어보는거는 어떻겠냐는 조언을 듣기도 하였다. 본인은 칼럼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는 부끄럽지만, 필자는 초·중학교를 다니면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고, 교우관계도 매우 원활하였으며,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딸 그 자체 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네 꿈은 뭐니?’라 물어보면 본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친구들 대답은 ‘선생님, 축구선수, 승무원, 의사, 가수 등의 멋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라며 당당히 말하곤 했었다. 본인 역시 어렸을 때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무슨 과목 선생님을 하고 싶은지, 초등학교 교사인지 중학교 교사인지도 모르고, 그저 선생님이었다. 흔히 SKY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도 이렇게만 착실히 공부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일 줄 알았다. 하라는 것만 열심히 해왔던 탓일까, 고등학생이 되어보니 굉장히 수동적인 인간이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때, 생활기록부에 적어야 할 꿈이 필요하게 되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과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기간은 일주일 안팎이었던 것 같다. 친구들의 꿈은 중학교 때에 비해서 훨씬 구체적이었다. 나만 멈춰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업 유형 흥미검사 따위를 해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생활기록부에 적힌 꿈은 ‘카피라이터, 광고기획자’였다. 급하게 만들어낸 꿈이었지만, 그래도 3년 동안은 꿈에 맞춰서 책도 읽고, 관련 발표를 하면서 생활기록부를 하나씩 채워나갔다. 그러나 현실은 내 뜻대로 녹록지 않았다. 원하는 대학교의 언론 및 광고홍보학과는 내신 성적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대학들이었고, 그렇다고 전문대를 갈 정도로 꿈에 대한 열정이 크지 않았다. 수시 원서를 쓸 때까지 정말 하고 싶었던 걸 못 찾게 되어, 상향 6개 대학을 논술로 질러 버리고, 수능에 모든 걸 걸기로 하였다.
수능성적만으로 오게 된 대학교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생각도 안 해봤던 경영학부,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들어봤던 한국항공대학교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수동적인 태도는 고치지 못했다. 교수님이 내주시는 과제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임했고, 정석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다 같이 한강에서 소풍도 해보고, 축제 때 새벽까지 술도 마셔보고, 남자친구도 처음 사귀어보고, 친한 동기와 수업을 빠지고 동아리 방에서 다 같이 모두의 마블 도 하면서 새내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즐거움은 잠깐이었다. 정신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같이 놀던 친구들이 하나씩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관심 분야를 찾아 학부 연구생을 하는 친구, 여러 대외활동 및 대회에 참가하여 경험을 많이 쌓는 친구 등 멋있는 친구들이 많다. 항공교통 전공 친구들이 관제사라는 꿈을 위해 제주도에서 실습하는 모습도 참 멋지다. 고등학생 때, 예체능 계열의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일찍이 자신의 꿈을 정해놓고 꿈 하나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벌써 1학년, 2학년 시절을 보내고 어느새 4학년을 앞두고 있다. 3년 동안 팀별 과제도 많이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단기 인턴도 하고, 멘토·멘티 활동에도 참여하고, 대학 일자리센터에서 상담도 받아보면서 어느 정도 진로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진로·취업과 관련해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면, 교내의 대학 일자리센터를 통해 상담받아보는 것도 강력히 추천한다. 이 꿈을 정하기까지에는 전공 공부와 유통·물류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직은 모든 이에게 내 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 학창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진로에 대해 대충 생각만 해봤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3학년 2학기를 잘 마무리한 후, 1년 휴학을 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채로 목적지 없이 달린다는 것 은 참 힘든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명확한 계획 없이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는 학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학우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뒤처진 기분이 들 수 있으나, 그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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