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의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면서 정치권에서 갖은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가짜뉴스의 해악을 억제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대하는 측에서는 ‘언론에 물리는 재갈이자 제2의 보도지침’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이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개정안에서 신설된 조문이다. 요약하자면,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처벌, ▲재판이나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차단 조치를 할 수 있는 ‘열람차단청구권’ 신설, ▲ 언론보도 피해자는 손해액의 3배~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가능, ▲정정보도 관련 보도 내용 대폭 확대 등의 내용이 있다.

 

  가짜뉴스 방지법?

  언론중재법을 옹호하는 측은 주로 여당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 곡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언론 신뢰도는 매우 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조를 얻어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서 한국은 46개 국가 중 38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 조사에서 ‘뉴스 매체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32%로 나타났다. 반면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조사한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국가 중 42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44위 미국, 67위 일본보다도 우수한 성적이다. 언론중재법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책임없는 자유’를 누리는 언론을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권력자들은 언제든 언론 매체에 대응할 수단을 지니고 있으나, 민간인들은 그럴 수단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기존의 언론 중재 수단으로는 오보로 인해 피해받은 경우, 피해 보상이 지나치게 지연되고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8월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출처: 한겨례)

  언론재갈법?

  반면 야당과 각종 언론 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출할 뿐만 아니라 총력을 다해 입법을 저지하고 있다. 일례로 이준석 당대표는 여당의 강행 처리에 반발하여 송영길 여당대표와의 100분토론을 보이콧하기도 하였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또한 언론중재법을 두고 각각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게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독재국가로 후퇴하는 ‘언론중죄법’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 단체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심지어 기존까지 여당과 각종 협약을 맺어오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민주노총 산하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은 7월 30일 항의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며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기존 보수 성향을 띄던 ‘조중동’ 언론뿐 아니라 ‘한경오’ 언론 등 진보성향의 언론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다는 점이 기존과는 다르다고 보이는 상황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국제 단체에서도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국제 언론기구인 국제기자연맹과 국제언론인협회, 세계신문협회, 국경없는기자회는 모두 공통적으로 ‘언론의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반대 의지를 표하였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뭣도 모르니까(그러는 것),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라며 비난해 논란이 생기기도 하였다. 다만,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언론개혁의 근거로 들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언론자유지수와 언론신뢰도가 그 자료이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8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국내 언론을 비판한 사실이 있다.

 

  국내 언론이 지금까지 ‘책임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피해자를 낳아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이 권력을 감시해야지, 권력이 언론을 감시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민주사회’를 외치며 민주적 가치를 국민에게 약속하였으나, 현재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정반대의 가치를 밀어붙인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적 실패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찾아서 고치진 않고 문제점을 드러내지 말라고 남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과연 옳은 것인가? 전 세계의 눈은 지금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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