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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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배우 정해인, 구교환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개봉된 지 2일 만에 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한국 군대 내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며 시청자를 분노케 만들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와 시청률 40%를 넘었던 송중기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미디어에 멋있게만 노출됐던 한국 군대의 실체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를 받는다. 결국 서욱 국방부 장관은 ‘드라마 'D.P.‘는 과장되었고 최근의 병영 생활은 그렇지 않다’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으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선 공약에 등장한 모병제

드라마 ‘D.P.’의 열풍은 내년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D.P.’를 봤다며 “저는 산재로 군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공장에서 매일같이 겪었던 일과 다르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지사는 군대 내 가혹행위를 “야만의 역사”라고 칭하며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개혁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은 ‘D.P.’와 모병제 공약을 연결 지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방위라고 군인 대접도 못 받고 매일 고참들한테 두들겨 맞고 하루 종일 사역하고 군기교육대 들어온 사병들과 봉체조하기 일쑤였다.”고 경험담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모병제와 지원병제로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약했다.”는 점을 다시 밝혔다. 홍 의원은 2017년 대선 때도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

이미 군대의 잔혹한 가혹행위는 2014년 두 차례의 큰 사건들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먼저 2014년 4월 7일 ‘윤일병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윤승주 일병은 의무대 생활관에서 선임 병사들과 만두 등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이찬희 병장을 포함한 선임병 4명에게 정수리와 가슴 등을 수십 차례 구타당하고 쓰러진 뒤, 추가적으로 구타와 폭행을 당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윤 일병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짐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는 비정함을 보이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임병장 사건’이 발생한다. 임도빈 병장은 전역 3개월을 남겨둔 말년 병장이었지만 지속적인 따돌림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전방 GOP에서 근무 복귀 도중 장전된 K2 소총을 아군 초병을 향해 난사한 것이다. 이 때 총 5명을 죽이고 7명을 다치게 했다. 이후, 임도빈 병장은 K2 소총과 실탄 75여 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을 감행하며 자살 시도를 했지만 수술 끝에 생존하게 되어 사형을 집행 받았다. 이 두 차례의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전까지 ‘남자라면 군대는 꼭 다녀와야지’라는 여론에서 ‘군대는 어떻게든 빼야한다’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된다.

여군 성추행 논란

거기에다가, 최근에는 공군과 해군에서 여군 성추행 논란이 연이어 발생했다. 공군 피해 여군은 지난 3월 사건 발생 당일부터 피해 사실을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자와 피해자간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 되었다. 더욱이 군이 피해자 신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보호 매뉴얼을 즉각 가동하는 등 신속하고 합당한 조처를 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6년 전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나왔는데도 해당 대책이 실효성있게 가동되지 않아 성 관련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위 대책은 성추행·성폭행 가해자는 '원아웃' 퇴출을 원칙으로 하고 성희롱 가해자는 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성추행,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현역 군인에게는 정직(1∼3개월), 계급 강등,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내려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영·내외를 아랑곳하지 않고 성범죄는 계속됐다. 특히, 지난 2012년 386건이던 군 성범죄가 종합대책이 발표된 해에는 639건으로 1.7배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병영 폭력 해소를 위한 방법

참고가 가능한 해결 및 예방법은 미군이 적극적으로 괴롭힘 방지를 위해 도입되고 있는 미군 병영부조리 정책(anti-bullying policy)을 참고해서 한국군에 적용하는 것도 고려될 수가 있다. 미군은 가해자가 발각되는 대로 가차 없이 처벌하는 것은 물론 가혹행위를 방조한 동료 병사도 가볍게나마 처벌하는 방식으로 신고를 안 할 수가 없게 만들었다. 또 병영 폭력 해소를 위해서는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병영부조리는 지휘관이 군기교육대, 보직해임, 전출 등 다양한 징계방법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조현오 경찰청장 전후의 의무경찰인데, 조현오 청장 이전 의경의 내무생활은 부조리 그 자체였다. 그 악명 때문에 과거의 의무경찰은 경쟁률이 항상 낮았고 미달이 나는 게 일상이었는데, 경찰청장이 나서서 가혹행위 발생부대 해체 및 해당 부대 지휘관 사법처리 등의 초강수를 둔 이후 현재의 의무경찰은 공무원 수준에 버금갈 정도의 경쟁률 높은 부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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