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에 사실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 7대 우주 강국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섰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상공 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로서, 독자 기술로 확보한 75t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엔진을 비롯해 2단 엔진(75t급 액체 엔진 1기), 3단 엔진(7t급 액체 엔진 1기)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누리호는 2013년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첫 번째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에 이은 두 번째 우주 발사체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 이유는 러시아산 1단 엔진을 사용하게 되며 완전한 한국 기술력을 사용하지 못했던 나로호와는 달리,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로서, 관련 발사체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되어서이다.

사실상 성공의 누리호...그 과정은?

 지난 10월 21일, 당초 발사 예정 시간이 4시였으나 발사대 하부 시스템 및 밸브 점검에 추가 시간이 소요되어 5시로 한차례 연기가 되었다. 이후,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최종 확인되어, 오후 4시 24분 발사체 기립 장치 철수가 완료되었으며 오후 4시 50분부터 10분간 발사자동운용(PLO)을 가동한 뒤 이륙했다.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거대한 수증기와 시뻘건 불기둥을 동시에 내뿜으며 이륙한 누리호는 지상 100m까지 수직 상승한 뒤 2분 후 59㎞ 지점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다. 이어 약 4분 뒤 191㎞ 지점에서 위성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됐고, 4분 34초 뒤 258㎞ 상공에서 2단 로켓엔진도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이후 3단 로켓의 추진력으로 인공위성 투입 고도인 지상 700㎞ 인근까지 우주 공간을 비행한 누리호는 싣고 있던 위성 모사체(dummy)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으나 아쉽게도 불완전하게 분리가 된 것으로 확인이 되어, 사실상의 성공으로 그날 발사를 종료하였다.

아쉬운 3단 로켓...실패의 원인은?

 관련 발사를 총괄한 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 직후 분석 결과 발표에서,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었으나,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 목표로 한 521초 동안 연소 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되었다고 전하였다. 특히, 3단 엔진 연소 조기 종료와 관련해 항우연 장영순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온보드 컴퓨터에 해당하는 INGU가 (3단 엔진을) 감지해 전체 비행 총괄한다”라며 “이번 비행시험에서는 3단 비행 과정 중 엔진 출력이 약간 떨어지는 부분이 발견됐다. 추가로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확인해봐야 나오겠으나 INGU에서 엔진을 정지시킨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장 부장은 “위성 모사체가 (궤도 진입을 위해) 초속 7.5㎞를 요구받는데 최대 6.5㎞/s까지밖에 못 올라갔다”라며 “위성 모사체가 700㎞ 궤도를 원 운동해야 하는데 그 속도를 얻지 못해 지상으로 낙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라고 전하였다.

과학자들 병풍 논란...정치적 쇼 되어버린 누리호?

 이번 발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발사를 참관한 후 대국민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누리호 발사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배경 화면을 채우기 위한 ‘병풍’으로 과학기술자들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통제동이 발사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쁘고 신경줄이 잔뜩 조여진 상황이었는데, 청와대 의전팀·경호팀들뿐 아니라 이벤트 기획사 사람들까지 돌아다녔다.”라고 전하며 “애초 항우연에서는 발사 현장에 대통령이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대통령이 발사 현장에 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통제가 많이 이뤄지고, 방해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히었다, 이를 통해 누리호 발사가 단순한 정치적 쇼의 장이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93년 대한민국의 첫 관측 로켓인 KSR-1이 발사부터 2021년 누리호까지, 우리나라는 적은 예산과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우주공학기술의 혁신을 꾸준히 이루어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상 성공에도 씁쓸한 점은, 3단 엔진 로켓 실패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왜 실패하였느냐고 지적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1세기 세계 우주 발사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스페이스X도 팰컨-1 발사체 개발 시 네 번째 시도에서야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 발사체 개발 과정은 바로 이러한 실패와 도전의 과정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여, 우리나라 우주공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실패와 도전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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