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정보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는 소비자의 선택 장애 상황. 햄릿증후군을 말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햄릿의 명대사에서 착안된 신조어 ‘햄릿증후군’은 2015년 소비트렌드였다. 이른바 ‘결정 장애’라고 알려진 햄릿증후군으로 인해 작년 한 해 동안 큐레이션 서비스, 개인 컨설팅 서비스 등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배려형 서비스 산업이 증가하였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미술계에서 화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용어로, 인터넷에서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소비자의 입장에 맞게 가공해 원활하게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의 범위는 단순히 상품 구매에 그치지 않았으며 음악 플레이리스트 제공, 영화 추천, 도서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도서 추천을 해주는 등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생겨났었다.

햄릿증후군은 일명 ‘치고 빠지기’ 현상과도 맥락이 통한다. 제품 선택과 같은 소비현상에만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까지 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노래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썸’이 그것이다.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등의 가사는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이걸 선택하기엔 저게 아쉽다’는 고민에 빠진 소비자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흔히 현대 사회를 정보 홍수의 시대라고 한다. 햄릿증후군의 원인인 다양한 정보 제공 주체들에는 TV, 신문, 라디오, 인터넷, 매거진 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자칭 전문가 집단과 주변 지인도 포함된다. 이처럼 많은 정보들이 소비활동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많은 소비자가 결정을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판단에 대한 결과가 개인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소비자가 선택의 미로를 헤맬수록 경제가 활력을 잃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속인을 찾는 젊은 층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햄릿증후군의 한 단면이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상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햄릿증후군을 병이 아닌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으로 보는 한편, 기준점을 확고히 하고, 선택의 폭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햄릿증후군, 일명 ‘결정 장애’라는 용어는 예전에는 쓰이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는 결정 장애를 위한 온도별 옷차림과 메뉴 고르기 표 등의 유머 자료도 올라오고 있다. 결정 장애는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글에 따르면 직감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소 뻔한 극복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직감은 삶의 경험이 데이터베이스로 농축돼 나오는 빠른 결정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직관에 집중하며 햄릿증후군을 극복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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