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국장의 변

편집국장을 맡고 첫 신문을 발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신문의 원고를 마감하고 있다. 시원섭섭하다. 올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은 신문사의 내실을다지는 것이었다.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정들었던 조판소였던 여백을 떠나 나눔이라는 새로운 조판소와 일을 하게 되었으며, 기존에 유지되고 있던 신문발행 체계가 학교 예산문제로횟수가 줄었으며, 인터넷 신문을 처음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해 필요한 것만 남기기 위해서 노력했다. 남겨져 있는 자료들이 후임편집국장과 기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버렸다. 이제는 더이상 쓸 수 없는 컴퓨터도, 오래된 옛 신문들도 편집실을 청소하면서 처분했고, 신문사 내에서도 중요하지 않은 기록물들과 장비들 역시 망설임 없이 치워버렸다.

다음으로 신문사 문서의 체계를 잡는 것이었다. 편집국장 자리의 컴퓨터의 문서들을 처음 열어봤을 때 굉장히 난잡한 느낌을 받았다. 중요한 서류들과 신문 취재 자료들이 서로 뒤엉켜 어떤것이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신문사 내 모든 파일을 한데 모아 중복되는 자료는 합치고, 불필요한 자료는 지우고, 항목별로, 연도별로 자료들을 분리했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1학년 때 첫 수습 때 신문사 마감 날 풍경은 모두 같이 신문사에서 날을 새며 기사를

쓰고 같이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조판소에서도 마찬가지로 늦게까지 조판을 마무리하고 새벽이 깊어질 때쯤 집에 귀가했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 마감이 있는 수요일부터조판이 끝난 다음 날인 토요일까지 모든 것을 신문사에 쏟아내야 한다. 그런 것이 잘 맞지 않아 힘들어했던 기자들도 있었다.

그런 열정을 조금 분산시키고자 노력했다. 신문을 발행하기 위해 주어진 2주 동안의 시간 가운데 마감 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조금씩 노력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취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감 날 밤을 넘어가기 전 모든 기사를 마무리 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잘될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기자들의 노력 덕분에 막차가 끊기기 전 신문사 일이 마무리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마무리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지만, 조금이라도 바뀐 것에 만족한다. 내년에는 밤을 새며 마감하는 날이 좀 더 사라졌으면 한다.

좀 더 나은 신문사를 후임기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해봤는데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저 내년에 신문사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함께 했던 신문사 선후배들과 항공대신문을 위해 노력한 관계자분들 그리고 구독자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편집국장 김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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