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헬스를 해본 것은 한창 군복무 중이었던 2014년 8월이다. 입대를 하면 꼭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한 지 꼬박 1년 만이었다. 운동을 시작했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친
한 선임과 후임이 같이 시작하자는 말에 그냥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1주, 2주가 흘러갈수록 점점 욕심이 생겨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해 몸에 맞지도 않는 보충제를 먹기도 했다. 부족했던 지식 탓에 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세와 자극, 고립은 신경 쓰지 못하고 오로지 횟수와 무게, 육안으로 보이는 상체에만 집착을 했다. 효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효과가 미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의욕도 사라지고 결국 3개월 만에 운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전역을 하고도 운동에 대한 의욕은 생기지 않아서 꽤나 긴시간 동안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6년 3월 어느 날, 우연히 ‘프랭크 메드라노’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몸을 가진 사람이 운동을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근섬유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에 반해서 다시금 운동에 대한 의욕이 생겨났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운동방식이 전과는 상이했다. 운동기구는 던져놓고 맨몸운동에 몰두를 했다. 처음에는 소위 맨몸운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턱걸이는 단 한 개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매달리기, 팔굽혀펴기, 레그레이즈, 플랭크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한 개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때까지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 개가 가능해지니, 개수를 늘리는 것은 0개에서 1개를 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
다. 늘어나는 개수에 심취해있던 어느 날, 나는 다시금 개수에 집착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때 역시 개수를 늘리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자세와 휴식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어 그 효과가 매우 작았음을 알 수 있었다.

무려 두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또다시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맨몸운동으로 성에 차지 않아 중량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인 5월 19일, 벤치프레스를 하던 중 무리하게 무게를 올렸다가 팔꿈치를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3년 전, 그리고 작년과 비슷한 맥락의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에 눈이 멀어 내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직 자신의 신체 능력만을 활용하여 중량을 다루는 운동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왜 나는 세 번의 같은 실수, 그리고 끝내 부상을 당하고서야 알 수 있었을까. 결코 단시간에는 이뤄질 수 없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왜 욕심을부렸던 것일까. 아마 그 순간에는 그것이 욕심이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일어난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부상을
당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들 또한 그 당시에는 그것이 욕심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왜 유독 운동에 있어서는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있음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일까. 운동을 할 때 일반 진통제보다 많게는 200배까지 강한 진통 효과를 내는 베타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당시의 고통을 못 느껴 부상이 쌓이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강한 인간의 욕심이라는 심리가 이와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 육체라는 하드웨어가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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