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시는 사례를 들어 보여주는 것이다.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주장하기에 앞서 관련된 사례를 먼저 보여줄 수도 있고, 반대로 설명이나 주장을 하고 나서 나중에 관련된 사례를 보여줄 수도 있다. 모든 글에 사례 제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글에는 높은 확률로 좋은 사례 제시 단락이 들어가 있다.

1. 예시의 효과

예시의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루한 내용을 흥미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가) 벌금과 요금은 행위에 따른 금액 지출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요금이 행위의 권리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돈인 반면, 벌금은 금지된 행위에 대한 처벌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벌금을 요금처럼 취급하면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나) 어떤 사업가가 사무실 앞에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 늘 자기 차를 주차한다. 불법 주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벌금이 부과되지만, 돈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는 벌금을 내면서 계속 그곳에 주차한다. 불법 주차에 따른 벌금을 그는 단순히 비싼 주차요금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벌금과 요금의 차이에 대한 (가)의 설명은 흥미롭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에 제시된 사례는 (가)의 어려운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처음에 (가)의 설명을 이해 못 한 독자라도, (나)를 읽고 나서 (가)를 다시 보면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예시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 동식물 종의 대량 멸종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대로 가다간 몇 십 년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식물 종이 사라지게 될 지 모른다. 이 문제를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

(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폐에는 앞면에 넬슨 만델라의 초상이, 뒷면에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다. 넬슨 만델라의 초상은 모든 지폐의 앞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뒷면에 그려진 동물 그림은 화폐 가치에 따라 각기 다르다. 지폐 뒷면에 그려진 동물들은 모두 다섯 종류로 표범, 물소, 사자, 코끼리, 코뿔소 등이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동물들로 흔히 ‘빅 파이브(Big Five)’라 불린다. 그런데 현재 이들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멸종 위기동물들이다.

  동식물 대량 멸종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다)의 주장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관심을 오래 붙잡아두지 못한다. 내용 자체가 이미 숱하게 들어봤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을 길게 설명해 놓으면 독자는 금새 흥미를 잃게 된다. (라)는 결과적으로 (다)와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직접적인 설명은 배제하고 연관된 사례만을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독자는 제시된 사례만을 보고서 대량 멸종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예시를 이용하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내용을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예시의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효과이다.

2. 좋은 예시의 조건

글에서 예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매우 크다. 따라서 글을 쓰기에 앞서 예시로 사용할 좋은 사례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례가 좋은 사례인가? 두 가지 조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예시는 대체로 설명이나 주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예시는 설명이나 주장과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 사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의외로 글 쓸 때 실수가 많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설명이나 주장에 부합하는 만족스러운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 설명이나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으므로 역으로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 즉 어떤 주장에 들어맞는 사례를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면, 주장 자체가 비현실적이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둘째, 그 자체로 참신하고 흥미로워야 한다. 앞서 언급한 첫째 조건이 필수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사례는 설명이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므로, 그것이 반드시 참신하거나 흥미로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참신하고 흥미로운 것이 좋다. 그러한 사례들이 글 전체를 참신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데 매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거의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예시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주의해두고 싶은 것은, 글에서 예시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주 훌륭한 글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글은 아무래도 중심 아이디어의 영양가가 높은 글이다. 참신하고 흥미로운 사례 제시는 글을 참신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중심 아이디어의 영양가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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