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단에서든 의사결정권을 부여받은 대표자는 그의 소신대로 의사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에 ‘대다수’의 공통된 의견이 반영되었을 경우, 이는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어떤 의사라도 해당 집단에 속한 구성원 ‘모두’의 합치된 의견이 될 수는 없기에. 하지만 ‘대다수’에 포함되지 않은 ‘소수’는 의사결정권자들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불만이 표출되었을 때는 그에 알맞은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지난 8월, 우리 학교에서 9월에 열릴 축제와 관련하여 총학생회와 학생들 간, 그리고 총학생회와 섭외가수 러블리즈 팬들과의 작은 마찰이 있었다. 첫 번째 마찰의 원인은 축제에 섭외된가수들이 지나치게 힙합에 치우쳐져 있었던 것이었고, 두 번째는 총학생회가 인터넷에 쓴 글이 해당 가수 팬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마찰은 충분히 있을 법했다. 이번 축제 무대를 장식할 많은 가수 중 러블리즈를 제외한 모든 가수가 힙합가수였기 때문이다. 결국 ‘소수’라고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을 많은 학생들의 불만이 표출되었고, 그 불만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총학생회가 피드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결국 총학생회는 섭외가수 선정에 대한 해명문을 SNS를 통해 전했다. 하지만 그 글은 불만을 가진 학생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고, 오히려 잘못된 단어 선택이 러블리즈 팬들의 심기를 건드려 새로운 문제의 불씨를 키운 불쏘시개가 되었다. 해명문이 사태를 소강시키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더 커지게 하자 총학생회는 급기야 해명문에 대한 사과문을 올리게 되었다. 해명문에 대한 사과문이 게재되고서야 비로소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섭외가수 명단이 공개되는 시점에서 어떤 이유로 한 장르의 음악에 치중되었는지에 대한 납득이 갈만한 부연설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있어 축제가 연중 가장 큰 행사인 만큼 사전에 조금 더 고려가 되었었다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사건은 이미 발생한 것이기에 결과론적인 것은 차치하고, 두 번째 아쉬움을 말하자면 바로 그들의 피드백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SNS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 그리고 피드백이 다소 늦은 감이 있었던 점은 지탄받아 마땅했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것이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고의로 저지른 것을 실수로 빙자한 것이 아닌 한, 윤리적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 한 용인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실수를 저질렀다면 그에 알맞은 대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사태는 온전히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 된다. 따라서 이번 섭외가수 선정이 총학생회 측의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올바르게 해명을 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그들의 대처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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